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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버 보이 - 당신의 혀를 매혹시키는 바람난 맛[風味]에 관하여
장준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9월
평점 :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처음부터 요리를 전공한게 아니고 신문기자로 일하던 중,
음식과 요리에 매료되어 유럽으로 유학길에 올랐다.이탈리아 요리학교에서 수학하고,
시칠리아 주방에서 일한 후 돌아왔다.요리를 하고 여행을 하는 저자는 신문이나 잡지에
음식 문화 관련 글을 쓴다.TV프로그램인 <수요 미식회>에 출연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을 네 단원으로 구성하였다.
1.맛의 기본을 이루는 것들
2.최고의 맛을 찾아서
3.미각의 문화사
4.삶을 위로하는 음식들 이다.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음식문화에 대한 책이라고 하면 될 것이다.
어떤 음식에 대한 얘기가 나와도 정확한 레시피가 아니라 재료는 대충 어떤게
들어가고 만드는 법은 대충 어떻다는 식이다. 유럽 요리의 삼위일체 라는
양파, 당근, 셀러리. 양파, 당근, 셀러리,가 들어간 고기요리 소스의 이름이
<마르푸아> 인데, 마르푸아 라는 공작의 이름을 붙인데서 비롯되었단다.
이 한가지 얘기만 보아도 알 수 있듯 , 이 책은 표지에 쓰인,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맛에 관한 인문학적 탐사>라는 문장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는 세상 사람들을 매혹시킨 풍미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하여 북유럽과 프랑스를
거쳐, 이베리아 반도와 이탈리아 곳곳을 누볐단다.
저자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에 어떤 요소를 넣어줘야 한다고 했다.
바로 짠맛과 감칠맛인데,음식을 잘 만든다는 말의 이면에는 짠맛과 감칠맛을 적절히
잘 쓴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유럽에서 양념으로 많이 먹는 '앤쵸비' 얘기에서
앤쵸비가 두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요리계의 슈퍼히어로 라고 했다.
저자는 <식사의 목적>이라는 소제목에서 유럽의 긴 식사시간에 대해 마치 오페라를
감상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또한 유럽인에게 식사란 관계를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술,음식, 대화가 한자리에서 해결 될 수 있으니 굳이 2차, 3차를 하러 갈 필요가 없단다.
저자는 유럽 음식에 대한 얘기만 풀어낸 것이 아니다. 일본의 교토 나사키 시장에서
팔고 있는 채소 절임.우리나라의 장아찌와는 다른, 절임식품이다. 교토는 지형적으로
기후가 온화한데, 교토의 채소는 품질이 좋단다. 품질 좋은 교토 채소, '교 야사이'로 만든
채소절임을 <교 쓰케모노>라고 부른단다. 식초,사케, 소주, 술지게메,된장, 쌀겨, 다시마, 등
다양한 재료와 함께 채소가 갖고 있는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미를 한단다.
나도 짜지 않은 장아찌에 관심이 많은데, <교 쓰케모노>를 맛보고 싶다.
책에 나온 사진은 모두 컬러다. 글은 한가지 주제에 대해 4~5 페이지 분량이라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어떤 요리를 잘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준있는 음식문화에 대한 얘기를 원한다면 기대해도 좋다.책을 읽다 보면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오랫동안 준비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책임을 알 수 있다.
좋은 책을 펴낸 저자에게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