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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중에서도 나오키상 수상작을 좋아하는 나. 이번에 읽은 책
은 나오키상
최종 후보작이다.구보 미스미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책의
초반부터 대담한
성적묘사가 나온다.그동안 소설을 자주 읽지도 않았고, 내가
읽은소설에서 이렇게
대담한 성적묘사가 나온게 언제였더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각적인 문장과 탁월한 심리묘사', 라는 평에 나도
공감했다.
후지산이 보아는 시골 마을에서 히나는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어려서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온 히나. 그녀의 모교
입학 안내 팸플릿을
제작하기 위해 찾아온 미야자와,그는 아내와 별거중인데 삶의 의욕을
상실한 상태다.
그런데 이미 히나에겐 가이토가 있다. 히나는 할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헤어진 연인
가이토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고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멀어지는
히나를 잊으려
노력하면서, 가이토는 신입요양 보호사인 하타나카와 만남을
가진다.
히나, 미야자와, 가이토, 하타나카. 이 네남녀의 연애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
표지부터 상당히 유혹적인 사진을 실은 책이다. 책에서도 대담한
성적묘사가 거침없다.
그런 점이 바로 작가 구보 미스미의 특징이라고
했다.
히나는 미야자와를 찾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결국은 그와 헤어지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미야자와와 히나는
집안부터
성장과정까지 하나도 공통점이 없다.유복한 집안의 외동아들인
미야자와. 그는 훗날
지방도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히나와 자신을 '본래 섞일 일이
없는 두갈래의
물줄기'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마음이 따뜻하고 무던한 가이토. 그는 가족의 뒷바라지로 힘들던
시절이 지나고,
꿈이었던 케어매니저 시험에 합격한다. 그는 요양보호사를 그만두고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하여 장차 사회복지사가 될 계획이다.그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성실한 남자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첫째는 나는 책에 나온
여자들 중 어떤
타입일까 하는 생각이다. 다른 한가지는 고령화된 일본의 모습을 무심한 듯
그려낸
작가의 문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도 사랑에 조건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약지 못한 타입이다. 그래서 딱히 책에 나오는 여자들 중 이 여자다. 하는
타입이 없다. 히나와 비슷한듯 하면서도, 그렇게 밀어냈던 가이토에게 다시 만나기를 원하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미안해서라도.
전에 읽은 나오키상 수상작 중에는 좀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네남녀의 연애뿐 아니라,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삶의 마지막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사람은
생노병사를
피할 수 없으니, 젊을 때 열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 일까? 하는 앞서가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산다는 것의 애달픔을 마음껏 음미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작가의 메시지에서 사랑이란, 그리고 삶이란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