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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설계자들
나하나 지음 / 웨일북 / 2023년 1월
평점 :
내가 다니던 회사에선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지원 부서 이름을 '행복지원팀'으로 바꿨다. 어느 날, 행복지원팀원들이 업무 중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웃으며 담소를 나누던 중 대표님이 사무실에 들어오셔서 남긴 말이 걸작이었다. "웃지 마!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줘야지 너희들만 행복하면 뭐해!" 그대로 회사 전설이 되었다. 지금은 부서 이름도 원복 되었고 회사 분위기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우아한형제들이 대단하고 부러운 일은 직원의 행복을 최우선 업무로 하는 '피플실'의 존재를 기업 차원에서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플실의 구성원이면서 이 책의 작가는 진심으로 행복하고 일하고 있다. 보는 내가 다 행복해질 정도다.
비대면 시기에 이 기업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분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통은 직접 얼굴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뉘앙스와 대화의 행간, 침묵 등의 모든 요소들이 작용해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데 코로나로 인해 상당 부분 제한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기업은 소통에 진심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 중요한 건 진심!
우아한 형제들만의 특색 있는 문화가 많다. 개인적으로 입사와 퇴사를 잊지 못할 이벤트로 만들어주는 것이 마음을 울린다. 퇴사 때 반납하는 사원증이 너무 아쉬워 사원증과 같은 모양으로 퇴사증 만들어 주는 부분을 볼 때 내가 감동이 됐다. 기업 이름처럼 우아하게 감동을 주는 재주가 차고 넘친다.
배민체가 중간중간 들어가 나 역시 구성원이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연대감이 든다. 사용한 언어 역시 기업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연대의 감각'을 한없이 끌어올려 준다. 나도 현실과의 괴리가 다소 간 존재하지만 내 조직을 위해 작은 일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품어 본다.
우아한형제들이 대단한 것은 좋은 회사의 정신과 공간, 복지, 제도 등을 만들어 놓고 임직원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고민,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치는 부지런함을 보여줌에 있다. 사실 어느 기업이나 좋은 아이디어는 넘친다. 문제는 지속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기에 직원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과 직결된다. 우아한형제들은 그것을 극복한다.
우아한형제들의 피플실 구성원들은 작명의 귀재다. 내 이름을 불러줬을 때 비로소 내가 꽃이 되었다는 시도 있지 않은가? 회사 공간, 구성원들의 이름을 굳이 잘 불러주는 번거로움은 회사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불러일으킨다.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못하는 것을 우아한형제는 꿋꿋하게 해내고 있다. 미련하게 반복해서 사랑을 빚어낸다. 그 사랑은 고스란히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마음이 든다. 먼저는 현타가 휘몰아친다. 부럽다는 마음만이 한가득 남는다. 또 다른 마음은 우리 회사도 작은 시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우아한형제들도 이 같은 기업문화를 만들어 온 것이 마냥 쉽지 만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수많은 '베타 테스트'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건설적인 잡담과 관심으로 여기까지 이뤄온 것이다.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이 책의 존재의 이유다.
우아한 기업 문화, 부러워도 지지 말고 작은 행동을 시작하자는 외침을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