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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 - 릴케 수채화 시집 ㅣ 수채화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월
평점 :
릴케 수채화 시집 자연을 느끼며 자연이 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한가로움을 감상하세요.
빼곡한 필딩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감이 무더운 여름에 있지만 다섯 가지 감각 중에 한 가지라도 여름에 거리를 두게 됩니다. 자연이 한 여름을 가르고 눈으로 들어오니 말이죠.
봄, 가을, 산책 그 안에서 만나는 소소한 생물들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들 장미 덤불
비 내리는 저녁, 날은 어둑어둑해도
그대는 싱싱하고 순수합니다.
제 덩굴에서 선물하듯 손을 내뻗지만
장미라는 자기 존재에 푹 빠져있지요.
바라지도 가꾸지도 않았건만
납작한 꽃잎은 벌써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그렇게 끝없이 자기를 뛰어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스스로 흥분하여
장미는 나그네를 외쳐 부릅니다.
저녁의 상념에 잠겨 길가는 나그네를.
오, 걸음을 멈추고 나를 봐요, 여기를 보아요.
보살펴주지 않아도 나는 걱정 없어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22
덩쿨 장미는 떨어지고 있지만 찬란한 시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만큼은 더 이상 부족함이 없습니다.
화양연화처럼 한 때는 붉게 물든 정열의 뜨거움을 품을 때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알아주며 다독여 봅니다.
-고독
고독은 비와 같지요.
바다에서 솟아올라 저녁을 향해 달려갑니다.
멀고 외진 평원에서
늘 고독한 하늘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하늘에 이르러서야 도시로 떨어집니다.
비는 동틀 녘에 내립니다.
모든 골목이 아침을 향해 몸을 뒤척이는 시간
아무것도 찾지 못한 몸들이
실망으로 슬퍼하며 서로를 놓아주는 시간
미워하는 사람들끼리
한 침대에서 자야 하는 시간,
그때 고독은 강물이 되어 흐릅니다.......
1902년 -74
혼자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요. 언제나 인간은 공유를 매 순간 할 수 없지요.
고독이라는 놈은 혼자라는 곳에 함께 하는 감정이지만 자발적 고독이든 강제적 고독이든 그 시간은 성장하는 시간 타인의 관계를 쉼으로 만드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잔잔한 멈춤이지만 몰아치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즐기길 바래 봅니다.
읽어야지 하며 매 순간을 책장에 놓은 도서를 보고 조금의 자책과 미룸을 하고 있었습니다.
은근한 압력 덕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와 죄송함을 전합니다.
도서를 협찬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