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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 인류의 이주 역사와 국제 이주의 흐름
조일준 지음 / 푸른역사 / 2016년 9월
평점 :
호모 사피엔스이기도 한 현생 인류를 저자는 호모 미그란스, 즉 이주하는 인간이라고 칭한다. 이주는 이사가 아니다. 삶의 터전을 옮기는 행위는 문명 이전에는 목숨을 건 자연에의 적응이 필요했고, 지금에도 만만찮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책의 전반부는 인류가 이주로 지구에 정착했음을 알려준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는 160만 년부터 타 대륙으로 이동을 시작해 불과 1500년 전에야 남아메리카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인류는 진화하고 분화했으며 정착하여 농업혁명을 통해 문명화에 들었다. 이주를 열쇳말로 다시 쓴 책의 간략한 문명사는 익히 알려진 내용이 태반이지만, 이주가 단순히 이동이 아니라 침략과 충돌이었음을 시사한다.
책의 후반부는 현 국제 질서에 관한 글이다. 아프리카에서 변방으로 퍼져나간 인류의 이주는 현대에 들어 반대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변방의 후진국에서 갖가지 이유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부국으로 흘러들어오는 인구이동은 많은 현상을 낳고 있다. 긍정적인 예로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의 형성은 아메리칸 원주민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지만, 끊임없는 이주자들의 수혈은 국가의 번성을 가능하게 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인들을 힘으로 밀어낸 유대인의 집단이주는 수차례의 전쟁과 학살을 불러온 인류의 비극으로 점철되었다.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이주가 가져오는 변화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한다. 과연 이주자의 유입으로 노동단가의 하락은 사실인가에서부터 시작해 과연 이주가 긍정적인 것인가에 대해 엇갈리는 학설과 주장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몸담고 있는 신문사에서 추측한 바대로 책의 논조는 이주에 대해 열린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주자로 인한 노동단가의 하락은 생각과는 달리 미미하다는 것으로 기울며,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인구절벽인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삶은 이론과 다르다. 당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전문직인 저자와는 달리 육체노동자들은 외국인들로 인한 임금 정체를 실감한다. 또한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이웃으로 맞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체제와 기업으로 가야할 분노를 낯선 이웃으로 투사하는 그들은 결코 못배워서가 아니라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블루칼라나 브렉시트에 투표한 중노년의 심리를 일부 이해한다.
책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주란 주제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열쇳말임을 실감하며, 세계와 내 주변을 다시 살펴보게된 기회여서 유익했다. 더 나아가 긴장완화되면서 장차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통일의 단계에서 섞이게 될 북한주민과의 공존을 상상해보면 '이주'라는 책의 주제가 뜬구름잡는 의제는 아니다. 그저 개인이 노력해야할 문제는 아니다. 분노로 얼룩진 혼돈을 미연에 방지할려면 국가는 기업에 끌려 눈가리고 아웅 식의 감성적인 임기응변보다는 보다 새로운 정책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