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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로봇 노트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6
김종호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7월
평점 :
내가 우리 꼬꼬마들처럼 초등학생일 때,
일기 주제가 생각나지 않는 밤이면 책상에 오도카니 앉아 생각했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면 좋겠다.
어른이 되면, 엄마나 아빠처럼 일기를 쓰지 않을 것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보면, 별 황당한 이유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 시절 나는 글쓰기를 꽤나 좋아하고 나름 잘하는 아이였는데도)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나 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내가 사춘기에 막 접어 들어 아빠와의 사이가 좋지 않던 그 무렵,
아빠의 책상에서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아빠도 일기 쓰시는구나.. ㅎㅎ 처음 알았네.' 하며
들추어 보았던 아빠의 일기,
그 날을 생각나게 하는
인상적인 첫 장면이,
'아빠의 로봇 노트'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빠의 비밀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오래된 기억을 되짚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시작이었다.
아빠의 로봇 노트에는 다양한 로봇의 모습과 설계도가 들어있었다.
불타는 도시, 파괴된 현장, 보이지 않는 곳곳의 로봇들이 거칠고 무겁지만 섬세한 물감의 느낌과
연필로 가볍게 그린 듯한 설계도와 기능 설명이 대조적이면서도 잘 어우러져 있다.
80년대 만화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우뢰맨에서나 보았음직한
'김박사'가 제작자로 나오는 것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유치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고,
황당하지만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각 기관에 대한 설명은 부가 장면과 그림으로 나온다.
여섯 살 아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말들이 적지 않았다.
(마력이니, 티타늄이니,, 그 말을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 읽으면서 유추할 수 있는 모양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물론, 로봇홀릭인 아들은
'우와, 우와~!! 엄마, 이것 봐봐!!'
하면서 읽어냈고,
궁금한 걸 쏟아내듯 물어대는 통에
(레전드히어로랑 합체를 하면 좋겠다.
이 친구(우주 탐험로봇)가 월E에 나오는 이브와 친구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빠의 노트를 보며 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아빠는 무슨 말을 해주었을까?
아빠의 어린 시절, 어린 날의 생각들이 담긴 노트를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내 기억이, 내 기록이 이제는 나만의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본다.
시간이 흘러 아들과 딸, 꼬꼬마들이 어른이 되어도
서로를 공유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남아 있는
엄마 선생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로봇노트 뒷장에 여백이 몇 장 있었으면 좋았겠다.
아이들이 아빠의 로봇노트를 보고 나서 생각한 로봇을 상상해서 그려볼 수 있도록 말이다.
(꼬꼬마들이 열광했을 것이다. 아직 꼬꼬마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는데, 한 번 그려보라고 해야겠다.
아들 꼬꼬마들보다 오히려 딸 꼬꼬마들이 더 엄청난 결과를 그려낼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