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자 책과 담을 쌓고 지내는
큰 딸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온종일 손에 붙들려있는 스마트폰에 시간과 정성을 쏟는 걸 보면
정말 속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나기도 하고
이 문제로 큰 다툼이 여러번 오가기도 했었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혼자 실소하고 말았다.
이건 딱 우리 집 이야기 아닌가..
책 맛을 다시 상기시켜주려는 엄마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나에게도 이 같은 대화가 주는 도전이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엄마의 재치가 제대로 발휘해
차원이 다른 몰입감과 재미로 책을 다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색다른 감동이었다.
학교뿐 아니라 넓게는 이 사회 전체, 좁게는 가정도 마찬가지야.
엄마를 포함해 부모들에게는 이런 욕망이 있어.
내 자식에게 원하는 상이 있고, 그 상에 맞게 키우고 싶은 욕망 말이야.
그 욕망이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데도 그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어.
엄마도 때때로 고민하는 문제야.
p70
윤원섭은 분명히 뻔뻔하고 역겨운 인물이야.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친일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기 아버지가 누구보다 나라를 걱정한충신이라고 주장하잖아.
심지어 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을 조롱하고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면서 무시하고,
그 저택도 마치 자신이 물려받아야 마땅한 사유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개소리를 이해동은 피가 거꾸로 솟는 걸 참으며 듣고 있어야 하고.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분명 악역인데도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머리가 좋고 세련되고 여러 사람을 매혹하는 캐릭터잖아.
p103-104
엄마와 아들과의 대화를 보고 있노라니
정말 이 책을 같이 읽고 나누고 싶다란 마음이 간절해진다.
평화 협상을 위해 아이에게
달콤한 먹이를 던져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겠지만
일단 좋은 소스를 얻은 건 확실하다.
전부터 생각만 했었지 이렇게 아이와
책으로 이야기 나누어보겠다고 입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었다.
사춘기가 한창인 아이의 관심사가
분명 책은 아닐거란 생각과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보면 엄마 혼자 잔소리로 빠지게 되니
대화같은 대화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차리리 이같이 형식을 정해두고
독서 토론이라도 좋으니 좋은 대화의 물고를
이어나갈 수 있는 협상은 굉장히 유익해보인다.
물론 아이가 그에 응대 해줘야겠지만 말이다.
억지로 떠먹여줄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에
독서라는 마음의 양식을 살짝이 맛보고
다시 그 옛 추억을 더듬어 책을 펼쳐 읽을 수 있는
반려 독서가 삶을 재미로 이어질만한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문학, 인문, 사회, 과학.
다양한 영역의 책들을 함께 읽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해보고 싶다.
엄마가 앞서가지 않은 마음이 우선일테고
가출한 독서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도전은 계속 되어야 할 것만 같다.
딸, 같이 읽어 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