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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서재를 찾아라 - 조선을 움직인 인물들의 삶과 공부법, 제2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주현 지음, 지혜라 그림 / 창비 / 2016년 8월
평점 :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김주현
저자 김주현은 어린 시절, 세 자매가 함께 쓰는 방, 창문 곁에 놓인 작은 책상이 나의 서재였습니다. 창문 밖으로는 노을이 예쁘게 지는 남산이 보였어요. 그 작은 서재에서 책을 읽던 아이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남산은 보이지 않지만, 푸른 나무가 가득 보이는 창문 곁 책상에 앉아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짓고, 꿈을 꾸며 살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에서 수상한 『책 읽어 주는 고릴라』와 실학자 이덕무의 이야기를 다룬 『책, 읽거나 먹거나』 등이 있습니다.
그림 : 지혜라
그린이 지혜라는 충남 예산에서 나고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화각 공예로 장려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화각삼층장 이야기』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조선을 빛낸 인물들의 서재 열전
책을 향한 그들의 열정과 사랑..
그리고 자신들만의 멋과 정신이 깃든 장소..
이 서재 속에서 그들의 작은 세상을 만나보았다.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들들에게 편지를 쓰다 보면 나도 저절로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하나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잖아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쓸쓸하고 절망적이었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기운이 났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비참한 기분에 쓰러져 있다가,
주막 할머니가 내준 이 작은 방에서 책을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힘을 얻게 된 거죠.
비록 주막에 사람들이 드나들어 고요히 앉아 집중하기에는 좀 소란스럽지만, 그래도 이곳이 내 서재입니다.
다 쓰러져 가는 나를 지켜 준 집, 그래서 한없이 따뜻하고 고마운 서재, 사의재입니다.
정약용의 사의재는 정말 마음의 위로가 있는 서재였다.
그가 유배지에서 지낸 서재 두 곳인 '사의재'와 '다산초당'
누우면 겨우 다리를 뻗을 만큼 작은 서재였는 그곳에서
영혼의 따뜻한 쉼을 얻었던 그런 서재였다.
슬픈과 위로가 된 책들 속에서
그만의 작은 서재 안에 유배를 당해 슬프고 괴로운 마음 속에서 힘들어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많은 글을 남길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곳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종이 한 장, 붓 한 자루, 먹 하나, 벼루 하나에도 최고의 것을 만들려 한 장인들의 온갖 정성이 들어가 있어.
장인들이 공들여 만든 문방사우를 갖추고 글을 쓰면 나 역시 최고의 글씨를 쓰기 위해 내 열정을 다 쏟아붓게 돼.
책상 위에 문방사우를 가지런히 놓아만 두어도 마음이 단정히 정리되는 것 같지.
책상 위가 흐트러져 있으면 정신도 흐트러지는 듯하고, 책상을 쓴 뒤 잘 정리해 두지 않으면
뒷간 갔다가 그냥 나온 것처럼 영 찜찜하단 말이야.
문방사우는 단순한 물건 이상이거든.
마음과 정신이 깃들어 있지.
그러니 서재의 벗들이라 부르는 거야.
서재의 벗인 문방사우.. 평생을 동고동락한 친구라고 표현한
문방사우에 대해서 함께 한 시간이 이처럼 깊고,
오래 들어 정든 친구란 표현이 참 좋다.
김정희의 '잔서완석루'라고 지어진
글이 새겨진 채로 깨진 돌덩이 하나를 서재에 갖다 놓고선 보고 또 보고
그만의 뜻이 있는 서재를 엿볼 수 있었다.
딸아이도 문방사우에 관심 있어 하는데
엄마인 나 역시도 이를 대하는 태도가 벗을 대하는
마음처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재라함은
멋지고 화려하며 수백 수천 수만가지의 책들이
즐비하게 꽂혀있는 멋진 서재를 생각하지만
이 책의 인물의 서재는
참 소박하고 남루해도 한 권의 책에
깊은 영혼과 정신이 깃들여져있고,
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 앞에
내가 생각했던 그 잣대들을 완전히 무너져버리게 한다.
보여지는 식의 멋지고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서재..
소박하지만 그 안에 풍요로움과 열정, 꿈,
진중함과 우직함을 살펴볼 수 있는 인물들의 멋진 서재를
이렇게 이 책을 통해 알게 됨에 너무 큰 영광을 자리에
초대받게 된 기분이 들어 참 감격스러웠다.
우리 역시 배우는 즐거움과 참된 깨달음을
책 속에서 배우게 되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아이들이 이런 소망을 가지고 자신만의 서재를 만들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