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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엔 할머니 한마리가 산다
송정양 글, 전미화 그림 / 상상의집 / 2015년 1월
평점 :
우리 집엔 할머니 한마리가 산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송정양은
동국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문사 극작과를 졸업했습니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리 집엔 할머니 한 마리가 산다』가 당선됐습니다. 본명 조현진으로 『고양이네 박물관』, 『고양이네 도서관』 등을 펴냈으며 『우리 집에는 할머니 한 마리가 산다』는 필명 송정양으로 발표하는 첫 작품입니다.
그린이 전미화는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눈썹 올라간 철이』, 『씩씩해요』가 있고, 그린 책으로는 『책 씻는 날』, 『말썽이 아냐, 호기심 대장이야!』 등이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할머니는 나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다.
할머니의 시간은 나보다 일곱 배나 빨리 간다.
할머니는 개다.
그것도 아주 늙은 개다.
- 책 중에서 -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집에 있던 할머니의 존재는 바로 늙은 개 한마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잘 듣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고
털은 듬성등성하고 검버섯도 핀 늙은 개 한마리..
어린 딸아이의 눈에는 결코 이뻐 보일 수가 없을 수도 있지란 생각이 든다.
규민이에게 히얀 털을 가진 흰둥이를 꼭 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처음엔 '이뽀'라는 이름을 가지고 예쁘기만 했던 그 시절이 있었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똥 냄새도 점점 지독해지고
점점 쇠약해져 가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엄마, 아빠는 안락사를 놓고 더 자주 다투게 된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를 엄마, 아빠는 정성을 다 해 키운다.


" 할머니 죽으면 강아지 키워도 돼?"
딸의 철없는 말에 상처받은 아빠..
그 뒷모습에 느껴지는 그 마음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아슬아슬하게 자동차와 부딪힐뻔 한 순간
할머니는 무섭게 짖어대며 딸아이를 구하게 된다.
얼마나 고마웠을까.. 얼마나 미안했을까..
할머니는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갈 수 조차도 없게 된다.
결국 할머니는 눈을 감게 되고..
그런 할머니의 죽음이 남기고 가는 메시지를 떠올려본다.
할머니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아직 따뜻했다.
아주 천천히 할머니의 영혼이 떠나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할머니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하지만 아빠는 아프다.
가늘게 떨리고 있는 아빠의 뒷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작아 보였다.
"이뽀야, 이뽀야."
나는 조용히 아빠를 안아 주었다.
"아빠, 울지 마세요. 할머니는 천국에 갔을 거예요."
- 책 중에서 -
이 책을 보면서 딸아이가 마지막에 눈물을 보였다.
우리는 아직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그런 애정을 책 속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가 키우던 개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처럼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먹먹했다.
책 속에서 반려견에 대한 안락사에 대해서
잠깐 나와 아이와 함께 이야기 해보기도 했다.
아이 또한 이 문제를 혼란스러워했지만,
무엇이 옳든 그르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건 변함없는 답이다.
책을 읽으면서 잠깐 잠깐의 침묵이
책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읽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아이도 엄마도 재미있기만 한 책인 줄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까지 우린 그렇게 아무말도 못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이가 평소에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소망이 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보다도 더 빨리 늙는 개를 보면서
죽음을 마주하기엔 아직은 마음이 어린 것 같아 보였다.
엄마도 그건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할머니의 죽음이 남기는 커다한 메시지를 마음에 안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겨야 함을 느낄 수 있어서
이 책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며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