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소보로빵 바다로 간 달팽이 14
홍명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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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달팽이 04.


앨리스의 소보로빵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홍명진은

경북 영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1년에 전태일문학상을 받았지만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습작의 시절을 보냈다. 2008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에 제10회 사계절문학상과 제5회 백신애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우현예술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숨비소리』, 『우주 비행』, 『타임캡슐 1985』와 소설집『터틀넥 스웨터』가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조용한 식탁』,『벌레들』, 『콤플렉스의 밀도』 등이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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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면 오붓하게 어깨동무 하며

밝은 달을 보며  뭔가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

전달되는 듯한 따스한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내용 또한 이런 분위기가 주를 이룬 따스한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책을 읽은지 얼만 지나지 않아 내 마음은 무거워졌다.


아이를 둘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짐이 되는 입장이라면 어떨까란 생각이 문득 들게 된다.


어느 날,  엄마가 집을 나가게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 왔을 땐

열 네살 딸아이보다도 어린 일곱 살 아이가 되어 돌아온다.


치매...


마음이 너무 아프다.

14살이면 우리 딸 아이보다 조금 더 큰 아이일텐데

이 큰 일을 어떻게 감당해 갈 수 있을지

나또한도 너무 눈앞이 캄캄하고 아찔해진다.


도희의 가정사에 대해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처음 내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도희의 마음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아빠의 말을 정말로 믿었다.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아빠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는 사람인 줄 았았으니까.

아빠가 만든 것이면 뭐든 신비롭고 좋아 보였으니까.

그런데 나중에는 저절로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고, 엄마가 원해도 아빠가 뭐든 저절로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고, 엄마가 원해도 아빠가 뭐든 다 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아빠는 공장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이고,

뭐든 만들어서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빠가 아니라 공장 주인이라는 것을.

엄마에게 선물한 바퀴 달린 둥근 다타도 다른 사람들이 퇴근한 후에

아빠 혼자 공장에 남아 자투리 나무로 겨우 만들어서 집에 가져올 수 있었다는 걸 말이다.


- p76 중에서 -


아빠에게 남은 건 낡은 트럭 한 대밖엔 없다.

큰엄마 말대로 땅도 없고, 묻어 둔 재산도 없고, 기껏해야 트럭 한대!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빠와 함께 언제든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게 트럭이었다.

꿈속에서처럼 엄마와 우리들을 남겨 놓고 말이다.


- p 151 중에서 -


소보로빵은 그냥 소보로빵일 뿐이다.

밀가루 냄새가 짙은, 달콤하고 말랑한 유혹도 없는,못생긴 소보로빵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빵은 빵일 뿐이니까.

내가 먹기 싫으면 씹다가 뱉어도 상관없는 것이니까.

그런데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열네 살인 내게도 오빠에게도, 아빠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 p 197 중에-


도희가 감당하기엔 모든 상황들이 벅차다.


가족 관계가 무너지고 뭔가 어린 아이가 엄마 노릇을 해야한다는 것이

어린 아이로써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 내가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딸아이와 나의 엄마..


도희를 보면 어린 내 딸아이가 생각난다.


내가 만약 도희 엄마처럼 치매를 앓게 된다면,

내 딸아이가 얼마나 큰 걱정을 떠안고 살아가게 될까..


그런 짐이 되고 싶지도 않지만,

갑작스런 상황이 우리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면

지금의 나로써는 너무 견디기 힘든 문제일 것 같다.


또... 나의 엄마...친정 엄마...


젊은 시절의 그 아름다움은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나보다.


늘어난 주름과 흰머리.. 아직은 치매라는 큰 병을 앓고 있진 않지만,

다 큰 나는 과연 나의 엄마를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냥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난다.


치매라는 병이 정말 지독한 것은 지난 날의 추억을 하나씩 잊어버리게 되는

못되고 고약한 병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내가 그 어릴 적부터 함께 했던 시간들을 다시 꺼내 생각해 볼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서로가 기억하지 못하고, 나만 기억하고 있는 건

영원한 짝사랑을 의미할테니까..


이 책이 정말 많은 생각을 남기게 된다.


읽으면서도 눈물이 펑펑 났지만,

책을 덮고도 길고 긴 여운이 한참을 간다.


생각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나 자신도

얼마나 이 현실에서 감사할 일들이 많은지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을 그저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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