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쓰고 엮음, 이소영 외 글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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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의 김민영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으로

입소문이 난 이재은, 임지선 작가의 작품

<성적표의 김민영>을 만나보게 되었다.

책의 구성도 참 참신해서

전혀 발상을 떠올려보지 못했던 형식이라

한 권의 책이 이처럼 다양한 맛과 색을 가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독특하고 기발했다.

청주여고에서 단짝 친구로 지낸 이들은

수능 준비를 기점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된다.

대입을 포기한 정희를 보면서

괜히 난 마음이 자꾸 쓰였다.

지금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큰아이의 방황하는 시간을 보며

정희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겹쳐보이는 듯 해서

마음이 아렸다.

대학에 진학한 친구들과 소원해지면서

고교 시절 삼행시클럽의 위기는 불보듯 뻔해보이는데..

그렇게 학창시절 깔깔대며 울고 웃던 여고 추억은

추억으로 남게 되는 듯 이내 우정이 가진 영원성은 소멸하는 듯

불평과 의심을 낳게 되는 참사를 맞이하게 된다.

미처 그땐 깨닫지 못한 지금의 현실과의 괴리감에

조금은 마음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대학 진학 후에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없는 걸 보면

각자 살기 바빠서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대학이란 관문을 통과하고서 보면

이전의 내가 과거의 나를 벗어나

성장 또는 퇴화한 부분들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자기계발과 미래를 계획하며 바쁘게 살다보니

점점 순수성을 잃어가게 되며 계산적인 내가 되어가는 걸 보며

슬픈 그늘을 발견하게 될 땐 참 속이 쓰린다.

너가 한국인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생각나.

남의 눈치를 보고, 안정된 삶을 쫓는 사람들?

바쁜 일상, 좁은 땅, 인맥, 가식과 형식.

알 수 없는 불안, 기다림, 두려움, 막연한 기대,

너가 나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맞을 수 있어.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기다림?

음... 그래도. 앞으로 뭘 하든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한심하다고, 덜 절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너는 한국이 아니라 혼혈이었으면 해.

그런 의미에서 F를 줄게.

p126

어쩌면 정희는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더 깊은 나'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가 가끔 꿈꾸는 삶은 깊은 숲속에서 홀로 약초를 캐며 사는 삶이다.

사람들에게는 잊힐 즈음 자신은 약초 박사가 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한다.

은둔을 희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세상을 알고 싶어 한다.

민영에게는 '사차원'으로 보이는 다소 엉뚱한 정희는 오히려 제 삶을 매우 현실적인 차원으로 구축한다.

민영의 현실적 충고와는 결이 다른, 정희가 만드는 현실이다.

p153-154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 보게 만드는

꿈많던 여고 시절의 친구라는 울타리가 주는 위안이 컸던 여고 시절.

그 때가 참 그립고 애틋하면서 시린 아픔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모처럼 추억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옛 친구들을 떠올려보며 그 때의 나를 투영해 볼 수 있었던

풋풋하고 여물지 않았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본 시간이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입시에 얽매여 살던

공부에 찌든 삶 뒤로

친구와 함께였던 별 것 아닌 그 시간들이

그토록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친구들아, 많이 보고 싶다. 잘 지내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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