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 -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
정영훈 지음 / 모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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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달콤한 말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 정영훈
대원외고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KBS 기자로 사회부, 경제부, 국제부 등을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문화복지부에서 교육행정팀장을 맡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정신과 치료와 더불어 마라톤에 입문해 풀코스 3회를 뛰면서 회복했으나, 2018년 가을 혈액암 중 하나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4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항암과 방사선 치료 끝에 현재는 눈에 보이는 암은 없는 상태로 추적 관찰 중이다.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 걷기가 최고라고 생각해 주변에 권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죽음을 마주한 자의 희망 사색



오늘도 눈을 뜨고 아침 밥을 준비해 가볍게 먹고

차 한잔 내려 아침 독서를 시작한다.


차 한잔과 책 한 권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는 느낌이다.


내 일상의 순간들이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했던가.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말을 걸어준 이 책의 작은 음성에

불안의 감옥 안에 살았던 더욱 불안했던 나약한 사람이 들려주는

삶과 걷기, 비로소 보이는 감사와 평온한 일상이

온전해지는 배열로 다가와줘서 고마웠다.


걷는 날보다 뛰는 날이 많아지면서 심장이 펄떡이고 있음을 느낀다.

죽기보다 살기를 선택한 자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뛰면서 기다린다.

너를 만나게 되기를.

거울 속에서 눈 맞추기를 외면했던 너란 존재를.

p31


가장 순수의 상태로 되돌려 놓게 되는

걷기와 뛰기.


아픔과 고통 속에 갇혀있던 어두운 장막들이 걷히고

햇빛과 공기, 물과 땅이 내가 자연과 하나됨으로

가장 온전한 상태로 내 몸과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온종일 갇혀지내는 내가 나가 걷고 좀 뛰어볼까 싶었던 마음이 드는

오랫만의 생각이 반가웠다.


걷게 되면서 보게 되는 세상의 배경을 보고 싶다.


여러 각도에서 뜨고 지는 태양을 느껴보고도 싶다.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지면에 힘을 붙이고

한 걸음씩 내딛는 기운과

바람의 숨결이 온 몸에 전해지는 기분을.


'일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있던 그대로 그렇게 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구구단처럼 쉽고

명백한 사식도 역시 빼앗기고 없어져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뜨거움을 알게 되는 걸까.'

p77


아무렇지 않은 그저 그런 일상의 풍경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이는 건 왜 일까.


소중한 것을 잃게 되고서 비로소 알게 되는

안타깝고 어리석은 생각을 너무 늦게 발견하게 된 것이

한탄스럽고 화가 날까 싶지만,

그럴 기운 조차도 없을 나약해진 몸과 마음의 상태를 먼저 돌봐야 함이 애석하다.


이같은 평온함이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

내가 편히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화려한 빛을 내고 있지 않은

무탈한 일상에 더 감사해진다.


이렇게 잊혀지는 것은 자유고 평화다.

그렇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아프고 나서 달라진 점은 이제 모든 것을 욕망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것도 잊혀지는 것도 모두 두렵지 않다.

잊고, 오늘을 산다.

p280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지는 상태이면

욕망이 없는 가벼운 상태로 살아가게 될까.


사람들에게서 기억되고자 노력하고

애썼던 것들에 대해서 좀 더 자유할 수 있고

쉽게 받아들여진다면 모두에게서 멀어진 거리에서

맘 편히 지낼 수 있음을 나 또한 생각지 못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간다는 것.


걸을 힘이 있다는 것.


가장 원초적이지만 기본적인 욕구와 소유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살 수 있었다면

진작부터 행복이 안으로 스며들어 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책 한권이 주는 위로와 죽음에 대한 삶의 소중함을

이 책 안에서 진하게 느껴본다.


아픔과 통증을 이겨내고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내 안의 기쁨과 행복들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겸손하고 차분한 마음 가짐으로 오늘도 살아감에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더도 말고 지금의 상태에 더욱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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