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 한남동 글루텐프리 & 비건 빵집 써니브레드 이야기
송성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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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송성례

선천적으로 글루텐 불내증을 앓으며 어린 시절부터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제한적인 식사만을 하며 살아왔다. 좋아하는 빵과 디저트를 먹을 수 없어서 우울해하던 중 자신이 먹을 수 있는 빵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고 글루텐프리 베이킹 연구를 시작했다. 글루텐프리 빵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같은 증상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서 연락을 받았고, 무료로 빵 나눔을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음식에 제한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써니브레드’ 창업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온라인 판매로 시작한 써니브레드는 입소문만으로 성장하여 한남동에 매장을 오픈하였다. 현재는 글루텐프리 식품뿐만 아니라 비건을 위한 채식, 당뇨 환자 등을 위한 저탄수화물 빵과 디저트를 만들며 본인과 같이 식품제한의 불편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을 위해 건강한 베이커리 겸 키친을 운영 중이다.

지속적인 관리와 다이어트가 필요한 유명 연예인들, 국내에서 비건 음식점을 찾는 외국인들, 셀리악병 때문에 한 번도 생일 케이크를 먹지 못한 아이, 아토피 때문에 친구들과 디저트를 먹지 못하는 대학생, 글루텐 불내증인 임산부를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남편 등 많은 이들이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써니브레드를 찾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남 같지 않은 그녀는, 누구나 음식의 제한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젠가 써니브레드를 넘어 ‘써니 글루텐프리 식품 회사’로 성장하여 많은 이들이 건강한 제품을 더 손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꿈꾸고 있다.


[예스24 제공]







빵 못 먹는 빵집 사장님의 두근거리는 일상



소소한 관심사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

본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 일듯 싶지만

심심하지 않게 적당히 간이 잘 베어 있는

단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나는 책이다.


유명 베이커리라는 관심사에서 화제성을 모은 책이란 걸 전혀 모르고 읽었는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책이라

오히려 유명세를 얻고 있는 빵집 사장님이라는걸 뒤늦게 알게 된게 더 좋았다.


 책을 읽고 책 속에 담긴

우리네 이야기들이 소박하고 찰진 느낌이다.


잘 구워진 빵을 조심히 싼 포장지처럼

빵을 만들며 인생을 담고 있는 수북한 빵 바구니를 보며 나도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향한 열정이 부스터 역할을 해주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고.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이치라고.

너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무너지지 말고, 무너진 환상에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대체로 환상을 깨지지만 그것 때문에 흔들리면 이도 저도 아니니 이 꽉 물고 버티라고./p124


좋아하는 일이 밥벌이로 전락하면 왜 그렇게 조바심이 나는지 모르겠다.


뭔가 잘하고 싶은 욕심과 절제된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직면하게 될 현실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히면 일어날 재간이 없다.


그래서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일엔 조심스럽다.


좋아하는 일이 영영 나에게서 떠날까봐 두렵다.


빵만드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데

이 일에 대한 로망이 와장창 무너지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닐까봐 겁이 나기도 하지만

울고 웃으며 그저 그 길을 묵묵히 섣는 모습을 보면서

이토록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정말 좋아하는 일 이상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넘어 더 높은 반열에 올라가 있는 건 아닌지..


현실은 고되지만,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그대로라면

오븐 앞에 서 있는 자신이 결코 초라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조금 덜 겁내고 세상 밖으로 나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민낯을 맛보는 것도 색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인생이라는 오븐 앞에서 불안하고 걱정이 장대비처럼 머리를 어지럽힌다는 건 세상이 퍼붓는 저주도 아니며,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라는 계시도 아니다.

더불어 이 일에 적합하지 못하거나 부족하다는 말 또한 절대 아니다.

만약 걱정과 불안감에 오븐을 끄고 빵 만드는 것을 포기 하겠다면 그건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요즘 나는 힘든 일이 생길 때면 하늘에 감사하기로 했다.

나를 알아봐 주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이렇게 해도 불안감은 그대로지만 고통을 즐기게 된다./p165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건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그런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이들도 많을테고

움츠려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면 사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일을 포기하고 싶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러나 싶을 때도 있겠지만

이미 방향을 돌려 걷게 되는 이 길을 계속 걸을 뿐이라는 것.


단순히 생각하면 그것 뿐인것 같은데

주저앉고 싶을 때 주변의 감사거리를 생각하며

내가 더 한뼘 성장하고 있는 건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모를 맛일 것이다.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왜 없으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할 이가 몇 되겠는가.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분명한 건 솔직한 마음들을

이 책안에서 털어놓고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가식없이 보이면서 공감할 이들이 꽤 많다는 것에

우리 모두가 힘내며 살아가면 좋겠다.


빵집 사장님의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내 이야기같아서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여러 방향에서 다가온다.


마냥 달달하고 달콤할 것만 같은 베이킹의 일터 속에서

인생의 오감을 맛보며 매일의 다른 색깔과 맛을 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와 좋았다.


그 길 위에서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오래도록 걸어갈 수 있길 함께 응원하고 싶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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