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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비밀, 징조 - 그 징조는 어떤 미래를 알려주는가?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다루는 징조, 그리고 그 징조를 읽어내는 원리는 주역에 있다. 그러니 무작정 읽어가기 전에 주역에 대한 간단한 내용을 알고 있으면 보다 유익하다. 주역은 유교 3대 경전중 하나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의미로 역은 변화를 의미한다. 주역에 담긴 뜻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만물은 음양의 조화와 법칙을 따라 변화한다. 그 우주적 변화와 법칙을 읽어내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주역에 담긴 정신이다. 즉, 주역은 동양적인 우주론을 담고 있으며, 과거 선인들의 지혜가 반영된 동양의 우주론적 철학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역의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국기가 바로 태극기다. 주역에 담긴 사상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 구석 구석 가까이 있다.
사람들이 징조를 읽으려 했던 이유는 뭘까? 오늘날 시대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 징조를 읽는다는건, 점을 치는 행위와 같다. 그러니까 비과학적인 어떤 행동, 가치 없는 그 무엇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과거 선인들의 사고 속에서 인간은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였다. 인간은 만물 중에서 하늘을 읽어내고 그 뜻을 이 땅에 펼쳐내는 존재다. 유가에서 추구하는 성인군자 역시 바로 그런 통찰력을 가진 존재라 할 수 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초합리성을 가진 인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명도시에서 하늘을 읽어내는 점성술과 같은 학문은 최고의 학문으로 다루어졌었다.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읽어내고 그 뜻을 헤아리는 행위는 개인의 중대사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운명을 읽고 길흉화복에 대비하려는 국가적 중대사이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내용들이 한층 더 생생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물론 이 책은 동양적 우주론에 대한 진부한 강의를 담고 있지 않다. 거대한 동양철학과 우주론을 직접 드러내기 보다는 개인적 차원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을 달래는 방법으로서의 징조를 설명한다. 어떤 사건이 어떤 징조로 이해되고 그것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주역과 징조를 이야기하자면, 칼 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칼 융은 분석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로 활동했다. 그의 관심은 단순히 환자의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았는데, 성서, 점성술, 연금술, 도교 그리고 주역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정신 문명의 기저에 있는 세계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그가 밝혀낸 놀라운 사실들은 오늘날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가 연구했던 것들 중엔 여전히 미지수로 남겨진 개념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동시성'이다. 동시성은 이 책에서 다루는 징조와 징조를 읽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융이 말한 '동시성'은 보이지 않는 자연의 한 부분이자 섭리다. 동시성은 시공간 상 인과관계가 없어 보이는 두 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 기록된 사례를 예로 들면, 스웨덴보그라는 사람이 겟덴보그에 머물면서 스톡홀름에서 화재가 일어났음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화재 현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그곳에서 스톡훌름까지의 거리는 400킬로미터였다. 사람들은 스톡홀름의 화재가 진실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후 이 사건은 큰 화제가 되었다. 융은 이 현상을 '동시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동시성'은 물리적인 인과를 초월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자연의 한부분이다. 서양에서 융이 동시성을 통해서 초합리성으로 접근 가능한 자연의 원리를 밝히고자 시도했다면, 동양에는 주역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징조를 읽고 그것이 나의 미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생각해보는 행위 속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그 무엇도 동시에 발견한다. 미래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본성말이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수십년 전에 나일론 섬유가 개발되었다. 이전과는 달리 질기고 튼튼한 섬유가 탄생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래서 '좋다'는 의미를 담아 나일론 참외, 나일론 사과 같은 식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상에 나일론을 붙이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나일론은 그저 섬유의 한 종류일 뿐인데 말이다. 과일은 나일론이 아니어도 충분히 과일로서 가치가 있다. 굳이 나일론이어야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 비슷하게도 오늘날 사람들은 은연중 과학을 동경한다. 그러나 모든 게 과학이어야 의미있는 건 아니다. 과학이 아니면서 과학인 척하면 오히려 사이비 과학이 된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설프게 범하는 우다. 과학은 동일한 조건과 환경이 주어지면 동일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낳아야 한다. 그러나 주역이 그려내는 우리 삶은 그렇게 정합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과학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음악과 미술은 과학이 아니다. 그리고 과학이 아니라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이 아니라서 가치가 있다. 음악은 음악이고 미술은 미술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주역은 주역이다. 이 책을 통해 주역에 담겨 있었던 옛사람들의 문화와 정서와 직관을 읽어내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것을 우리 삶에 적용해보는 것으로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직관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계기도 생긴다.
사소해보이고 인과가 보이지 않는 작은 현상들에서 더 큰 사건을 읽어 보자. 그리고 그 징조를 따라 몸과 마음을 조심하는 삶의 지혜도 키워보자. 하인리히의 법칙처럼, 작은 일들이 모여 큰 사건을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작은 사건들 속에서 의미 있는 그 무엇을 발견하는 지혜를 얻는다. 이 책이 그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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