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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곰돌이 푸 - 192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꿀을 너무나 사랑하는 식성,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걸음걸이, 특유의 백치미 그리고 빨간 티 하나를 입은 하의실종 패션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디즈니 만화 영화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곰돌이 푸를 모르는 분은 없을텐데요, 저도 어렸을 때 정말 좋아했던 캐릭터입니다. 그의 정식 이름은 위니 더 푸입니다. '위니'는 여자 아이의 애칭으로 오해하기 쉽기에 '위니'에 '더 푸'라고 붙여서 불렀습니다.
'위니 더 푸'라는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막상 어떤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인지를 묻는다면 사실 알쏭 달쏭합니다. 그래서 만화 영화가 아닌 작가 A.A. 밀른이 남긴 초판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푸의 초판본을 만날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네요. 책 속에는 곰돌이 푸가 친구들과 펼쳐나가는 작고 소중한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성을 만지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잘 담겨 있어서 너무 좋아요. 소장욕구가 뿜뿜합니다.
푸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에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의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인간 아이인 크리스토퍼 로빈, 자신의 꼬리를 자주 잃어버리는 이요르, 작고 너무나도 귀여운 돼지인 피글렛, 부엉이 아울 그리고 푸가 사는 숲으로 이사온 캥거와 루가 등장하여 펼치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잃어버렸던 동심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푸를 보며 그저 해맑게 웃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이 책에는 푸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요,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가득해지는 예쁜 이야기들입니다.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푸가 친구 래빗의 집을 찾아갔다가 꿀과 연유를 실컷 먹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는데요, 토끼 굴을 빠져나가다가 끼어버립니다. 꿀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룩해져 버렸거든요. 난처해진 푸에게 래빗과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이 이야기합니다. "방법은 하나야, 네가 다시 날씬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가득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래빗은 푸가 끼어있는 동안 자신의 집안으로 들어온 푸의 뒷다리를 수건걸이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로빈은 푸가 지루해질까봐 다시 날씬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어주죠. 그와중에도 푸는 일주일간 밥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에 울적해하는 천진난만함을 보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재미있어할 장면일 것 같아요. 이 에피소드 외에도 이요르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친구들, 북극 탐험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서 추억을 다시 불러 일으킵니다.
저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디즈니의 만화영화로 만난 푸의 모습보다, 초판 본에서는 푸와 친구들의 백치미가 더 강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초판 이후에도 각 캐릭터들의 특징이 잘 유지된 것을 역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푸의 단순하고 낙천적인 성격, 작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서 소심해진 피글렛의 쭈글함 그리고 특유의 우울한 감성을 가진 이요르, 이 모든 캐릭터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에피소드가 정말 귀엽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푸의 실제 모델은 1차 대전 당시 캐나다 군인이 영국으로 데리고 온, 어미 잃은 아기 흑곰입니다. 이 군인의 고향의 이름을 따서 '위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기 곰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가 밀른이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 지은 이야기가 바로 '위니 더 푸'입니다. 1925년에 처음 세상에 공개한 이후, 안타깝게도 밀른은 너무 유명해지고 너무나도 바빠진 나머지, 가족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그의 아들 역시 세간의 관심 속에서 평범한 어린 시절을 빼앗기는 바람에 작품 속 캐릭터들에게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다고 하네요. 동심으로만 가득할 줄 알았던 이야기 속에 너무 아픈 사정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제 삶의 소중한 기억을 차지하는 '위니 더 푸', 그리고 숨겨져 있던 아픈 이야기까지 모두 소중한 저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초판본의 느낌을 잘 살려서 출간된 "위니 더 푸 초판본"은 소장해야합니다. 그림체 너무 매력적이네요. 사랑스러운 아기곰 푸와 그 친구들을 통해서 저처럼 다시 동심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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