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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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그래픽 노블로 나왔네요! 저는 초등학생 때 동물농장을 처음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감동을 받았었죠. 그래픽 노블로 다시 탄생해서 기쁘네요. 동물농장은 세계적인 명저이기에 다양한 버전이 출시되고 있지만, 아름드리미디어에서 나온 이번 그래픽 버전은 단연 최고인 것 같습니다.

동물농장은 영국의 한 농장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우화입니다. 우화는 인간이 아닌 대상이 인간처럼 행동하며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풍자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메이저'라는 늙은 돼지가 이상한 꿈을 꾸면서 출발합니다. 농장 동물들의 고된 노동 생활, 굶주림 그리고 필요가 없어지면 끌려가는 동물 동료들과 도살장을 보면서 자유를 갈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인간과 맞서게 됩니다. 마침내 인간을 몰아내고 새로운 돼지 지도자 무리가 등장하여 진정한 자유와 평등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소설에 담긴 동물들의 안타까운 현실과 분위기가 그림으로도 잘 묘사되어 있어서, 동물들이 살던 농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림체도 영국 작가들 특유의 화풍처럼 영국 감성이 묻어나오게 캐릭터들이 잘 그려졌어요.

1940년대에 작가 오웰은 사회주의 혁명과 새로운 소비에트 정부가 변질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것이 평등과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었는데 다시 독재가 시작되고 민중을 억압하는 모습을 보면서 환멸을 느꼈습니다. '자유, 평등'과 같은 단어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 변질되는 과정과 새롭게 등장한 지배체제를 견고하는 재료로 사용되는 것을 통찰했습니다. 그리고 소설로 탄생한 것이죠. 무겁고 어려운 주제인 것 같지만 책 속에 해설을 첨부하여서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오웰의 통찰과 비판은 단지 전체주의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들 역시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타인과 나를 구분하고 수저론과 계급론에 갇힌 사고로 세상을 살기 쉽습니다. 한 때는 사회 변혁을 꿈꾸었던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하면 말을 바꾸고 자신들과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교묘히 법을 만들고 해석하는 현실을 뻔뻔하게도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소설과 우리의 현실이 겹치지 않나요? 학생들이 자라면서 세상에 대한 의문은 조금씩 생깁니다. 역사를 배울 때도 지구촌 뉴스를 들을 때도, 누군가는 잘살고 있는데, 누군가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동해야 하거나, 단지 돈이 없고 힘이 없는 환경이나 조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착취당하는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그렇게 이 세상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갑질을 배우는 인간으로 성장할지 아닐지는 이런 시기부터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역사속 소비에트 정부는 사라졌어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은 건강한지 생각하게 만드니까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대화 수준은 정말 다릅니다. 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책은 인간을 성장시킵니다.

보통 소설을 만화나 영화로 보면 그 감흥이 깨어진다고 하는데, 동물농장 그래픽 노블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히 소설의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인간과의 전쟁에서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들과 긴장감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네요. 자유를 갈망하는 동물들의 투쟁적인 묘사, 돼지와 인간의 탐욕도 그려져서 다시 한번 동물 농장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을 앉혀놓고 인생에 대한 지루한 훈계를 늘어놓기 보다는 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을 살며시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필독서도 읽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사고력 역시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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