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해설을 보면, 저자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울컥한다고 했다. 시 해설을 그리 즐기지는 않는 탓에 무심코 읽어 내려가다 그 문장을 한참이고 들여다 본다. 나, 정말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울컥하곤 했다. 울컥하기도 하고 너무나 서글퍼서 한숨을 내쉬곤 했다. 그런 내 마음과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갑자기 정성을 다해서 읽게 됐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랄까. 

 <애송시 100편>은 시인 100명에서 10편씩 추천을 의뢰해 그 중 2편 이상 추천한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한 후, 시인마다 1편씩 소개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서정주 시인이 62회의 추천으로 1위에 올랐다고 하는데, 서정주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다만 그의 시 중에서 '추천사'와 '자화상'을 가장 좋아하는데, 저자는 '동천'을 선정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동천'도 좋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선정된 시들은 대개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전적이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유명한 시이다. 그만큼 검증 받은 시들이라는 의미도 되겠지만, 그만큼 대중적이고 누구나 애송할 수 있는 시집이라는 의미도 되겠다. 책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진다. 나 또한 평소 좋아하던 시들을 새로운 기분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허나 사실 나는 이 시, 저 시를 끌어다 모은 엮음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카가와 유스케가 <클래식 50>에서 말한 것처럼, 스포츠를 생중계로 보지 않고 뉴스 시간에 하이라이트만 보는 것과 엇비슷한 기분이 드는 탓이다. 음반이든 시집이든 소설집이든 대표작들만 모아 놓은 것들은 딱 질색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정말이지 그 중간 과정은 다 생략하고 결과만 보는 기분이다. 멋지게 골인하는 순간만 보아서는 재미가 반감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송시 100편>은 꽤 괜찮았다. 이런 시집도 가끔은 읽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몰랐거나 의외로 새로 발견하는 되는 묘미가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해설도 썩 나쁘지 않다.

 그나저나 109쪽 두 번째 줄에 'ㅎㅎㅎ 흩어져'에서 'ㅎㅎㅎ'는 오타겠지? 霖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