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6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2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재밌다. 끝. 

 이라고 하고 싶지만,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예의범절에서 꽤나 어긋나 있는 글줄이기에 다른 말들을 찾아 본다. 사실 성장소설이란 왠만큼 나쁘지 않은 이상 재밌다. 그럴 수밖에. 소년이 보아도 재밌고, 청년이, 장년이, 노년이 봐도 재밌을 수밖에 없다. 동화 읽을 나이가 지났다면, 소년도 청년도 장년도 노년도 누구나 겪고 있거나 겪었던 시절에 관한,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시절의 감정과 삶을 담은 이야기니까. 그걸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이 책, 이 녀석들 너무나 재밌다. 뭐랄까, 괜히 부러운 마음도 든다.

 그때 그 무렵의 나는 뭘 하고 있었나, 돌아 본다. 아, 그러고 보니 나 그때 뭘 했지. 이 녀석들처럼 무언가에 미쳐서, 정말 거기에 미쳐서, 그게 너무 좋아서 다른 것들은 전혀 생각치 않고 살아본 적이 있었나. 고백하자면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 다른 것들은 내버려 두고 않고, 짧더라도 그 인생 전부를 걸고 전력으로 질주한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난 거의 일 년을 주기로 관심사가 바뀌면서 무언가 다른 것들을 조금씩 훑어 보며 지났던 것 같다. 딱히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첫사랑과 결혼한 것처럼, 여러 경험 없이 먼저 마주한 하나만 바라보고 거기에 푹 빠져서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기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무언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지나칠 정도로 부럽다.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좋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내게도 나타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 적도 있다. 마치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라도 되는 듯이,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기다린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야구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어린 나이에 이미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다쿠미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도 무언가에 미쳐 있는 이 녀석들을 보니, 나도 몸이 근질근질하다. 빨리 빨리, 어서 어서 나만의 것을 갖고 싶은 기분이다.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전력 질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꼬부랑 노인이 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아 졌다. 

 처음 <배터리>라는 제목과 야구하는 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라는 책소개를 접하고는 우정과 감동이 넘쳐서 폴짝 뛸 것 같은 책이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배터리가 단순히 건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 힘이 되어주는 친구를 말하는 거구나, 라고 짐작한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배터리가 투수와 포수를 지칭하는 말이라는 걸 어렴풋이 깨닫고 왠지 민망했다. 야구 용어로서는 그런 의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늘 쓰고 접하는 배터리, 라는 단어에 그런 생경한 뜻도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이렇게 나처럼 야구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도 읽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야구라고는 치고 달린다는 것밖에 모르고, 박찬호 야구 중계를 몇 번 본 것이 전부인 내가 봐도 흥미진진하다. 야구가 어떤 건지 일일히 설명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야구에 미쳐있는 녀석들이 중요한 이야기니까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본 서평을 접하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 고하노니 일단 읽어 보시라.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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