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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이발소 1
하일권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이전에 만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인터넷을 한다면, 여기저기서 웹툰을 자주 접하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만들고, 서로 보기 때문일까. 저자처럼 전업작가를 목적으로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인이 툰을 그리는 경우도 다분하다. 웹툰의 소재는 지금껏 나왔던 '작가들의 만화'와는 달리 주제나 소재도 다양하고, 좀더 특색있다. 아마 이것이 프로슈머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인터넷의 속성상 상호작용이 빠르기 때문에,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쉽다. 물론 인기를 끌면 대개 단행본을 내곤 하지만 말이다. 하일권의 <삼봉 이발소>도 그런 책이다. 웹툰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만화책으로 출판한 케이스인 것이다. 그래서 흥미면에서는 보증수표를 갖고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닐성 싶다.
<삼봉 이발소>는 '외모 바이러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진행한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던지는 위트가 남다르다. 바이러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개성도 있고, 심각한 내용을 쉽고 재밌게 전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돋보인다. 허나 내용이 단순히 웃기지만은 않다.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외모 바이러스에 걸린 그네들의 삶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인 탓이다. 외모뿐 아니라 무엇이든 자신과 비교할 때 느껴지는 분노나 절망 등도 만만찮은데,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으로 평가 받는다는 건 암담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책의 띠지에 "너무 불공평해. 태어날 때부터 인생의 반이 결정되어 있잖아."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본래부터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를 이용한다고 해도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허나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이것 뿐만은 아니다. 외모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데 갖은 힘을 쓰는 삼봉이가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 달라며 찾아 온 장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예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야? 하하, 진짜 어이없네. 야, 너 혼자서 무슨 노력은 해봤어? 그 병신 같은 안경이라도 바꿔 볼 생각은 해봤냐고?(159쪽)"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얼굴로 태어났다고 해서, 그것만 탓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물론 누구나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박한 문제라면 조금의 노력이라도 기울여 봐야 하지 않을까. 그저 주눅들어 괴로워 하기만 한다면, 평생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도 문제지만,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이미 사회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치 않다고 여겨진다면, 다른 일에 열정을 쏟으면 그뿐 아닌가. 그런데 <삼봉 이발소>의 등장인물들은 외모만 탓하며,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비관하기만 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런 문제는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외모만 탓하며, 다른 일까지 내팽겨치지는 않는다. 그 점이 꽤나 안타까웠다. 타고난 외모로 인해 인생의 반이 이미 황폐해졌다고 절망하기 전에, 외모가 인생의 반을 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게 더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자신조차 그것에 물들어 있거나, 동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