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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는 한 권의 따뜻한 동화다. 다친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앵무새 루이지토와 노부인 안셀마와의 우정과 사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외로운 안셀마에게 날아든 루이지토와의 대화는 정말이지 따뜻하고, 또 뭉클한 감동을 안겨 준다. 이런 흔한 이야기 속에서도 따뜻한 감동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수산나 타마로의 재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의 전작 <나는 깊은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로 적잖은 실망을 했던 내게, <마법의 앵무새, 루이지토>는 감동뿐 아니라 수산나 타마로를 재평가 하게 된 계기였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안셀마는 루이지토로 인해 삶을 다시 돌이켜 보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채색하도록 만든다. 죽은 남편이 싫어한 탓에 잊어야 했던 옛 취미를 되찾고, 새로운 행복을 발견하도록 도와준 루이지토가 고맙다. 흥취에 젖은 안셀마를 위해 재잘대는 루이지토가 내게도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종종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는데, 안셀마의 삶이 그토록 고달팠던 것이 꼭 내 탓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 피해자인 것 마냥 서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 부자간의 언쟁 속에서 불효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며 괴로웠던 것이다. 또 그 모든 것을 되풀이 당할 나를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이 씁쓸해진다. 아아, 내가 무슨 짓을 했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이뿐 아니라 진정 우리의 삶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언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도 똑똑히 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루이지토와 헤어지게 된 안셀마는 루이지토를 만나러 먼 걸음을 한다. 자신과의 헤어짐을 괴로워 하는 것처럼 벌거숭이가 된 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병든 루이지토를 보며, 안셀마는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는다.
- "치료약은 사랑밖에 없어요. 사랑만이 병을 낫게 한다구요!" (128쪽)
찌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것,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며 절실히 외치는 안셀마를 보면 왠지 모르게 부끄럽기까지 하다. 곧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의 노인이 외치는 삶의 진리는 마음 속에 깊이 와닿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진실 어린 모습을 철없는 행동이라고 비웃을 만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싶다. 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