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
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 이가서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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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시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문학 장르가 아니다. 시인이 어떤 심정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야 누군들 그렇잖겠냐만은 그 시를 읽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기에 사실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느냐, 무엇을 받아 들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느 문학이든 어느 책이든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초중고를 거치며, 특히 한국시와 한국소설을 매우 어렵게 받아 들이고 있다. 역사학적, 작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가장 주요하게 가르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전문적인 비평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굳이 그런 관점을 통해 문학을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주입당해 온 교육 과정의 산물은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서 국문학도라는 명패를 자랑스레 들어, 문학을 어렵게 분석해 보려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꼭 그렇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감정보다는 작가의 감정, 내 느낌보다는 작가의 느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 독자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읽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엮음 시집을 읽노라면 그런 의문들이 강하게 내 가슴을 치고 들어 온다. 책을 가만히 들여다 보자. 각 시마다 안도현이 부연해 놓은 해설들을 보면, 그것은 비평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아니라 독자의 부드러운 시선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가 흔히 배워 온 것처럼 각 단락마다 소주제를 엮고, 그 소주제들을 엮어 대주제를 살피고, 서정시니 민중시니 온갖 이름을 떼어 붙이며, 연과 행을 하나하나 구분하며, 각 단어의 이미지들을 찾는 것이 아니다. 시에 동그라미를 치며 별표를 달고 색연필로 강조 표시를 칠하는 것도 아니다. 해제를 읽고 쓰고 외우는 것도 아니다. 시를 읽는 그 순간의 느낌들을 표현할 뿐이다. 

 나는 생각한다. 시든 소설이든 모든 것들은 그렇게 먼저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체계적인 관점과 날카로운 시선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에서 오는 그 감정을 꿰뚫어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독자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아닐까. 각자의 감수성만으로도 문학을 논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이 시집에서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은 손에 꼽는다. 하지만 그것은 취향과 감성의 차이일 뿐이지, 누군가에게 비난받아서도 비판받아서도 안되는 것이다. 아마 나는 가장 중요한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시집에서 내 마음을 볶아내어 줄 시는 적었지만, 그 마음의 차이를 새삼 깨달을 수 있어 행복했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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