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의 심리학 -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
수잔 포워드 지음, 김경숙 옮김 / 서돌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유행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즐겁게 읽고 공감했던 이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어떤 책이길래 그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지 궁금하여 보기는 했으나 매우 실망했다. 지겨움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갖고 2/3가량 읽었을까, 마침내 포기하고 말았다. 자기계발서나 생활서적 등을 끔찍히도 싫어하는 나로서는 아무리 읽으려 노력해도 재미가 없는 책들이 있다. 가끔 기분전환이나 다짐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읽곤 하지만, 재미가 없으니 도움은 더욱 더 되지 않는 듯 하다. 
 
 나에게는 <협박의 심리학>도 이처럼 지루한 책이었다. 몇달 전 지인에게서 권위적이거나 타인을 탓하는 말투를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들은 터라 내 말투를 반성해 보자는 의미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비슷한 케이스가 없었기에 더욱 더 실망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피협박자의 위주로 쓰인 책이라, 협박의 심리를 다양하게 관찰할 수 없었다는 점도 아쉽다. 아니,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도대체 이 책이 이렇게까지 길어야 하는 이유가 뭐야?'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가 없다. <화성남자금성여자>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이야기를 끝까지 반복해 외치는 데에 기가 질린 탓이다. 사실 내가 생활 서적을 즐기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감정적 협박은 '처벌형, 자해형, 피해형, 보상형 협박'등의 4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설명한다. 그리고 각각에 맞는 대처방법과 요령, 그리고 그 대처방법이 정당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한다. 그런데 이런 분류법이나 내용이 전혀 새롭지 않았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재발견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소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체계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 탓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겨우 이 네가지 분류로 261쪽을 써내려간 것은 참 대단하지만, 또 어처구니 없을 따름이다. 깊게 파헤치는 것도 아니고 앞서 설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장에서 예시를 들어 비슷한 내용으로 재설명하고 다음 장에서는 개념을 들어 또다시 설명하는 방법 등으로 장수를 떼운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고 하면 너무 지나친 비판일까.  허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를 재미있게 읽는 독자라면, 이 책도 아주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한다.

 너무 착해서 협박을 당하고도 참는 위선적인 사람들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책인지 몰라도 나에게는 본전 생각나게 한 책이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번역에 신경을 좀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기계발서나 생활서적은 대개 심도있는 번역을 하지 않는 듯 한데, 그래도 그 정도는 책으로 낼 때 가장 기본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아닌가. 霖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