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거울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난해하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아버지 에드가 엔데에게 바치는 글답게 이 소설은 초현실적인 세계를 매우 몽환적으로 잘 표현해 내었다. 그래서 미하엘 엔데라는 이름을 보면 <모모>보다 <자유의 감옥>을 먼저 떠올리는 내게, <거울 속의 거울>은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었다. 이 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난해함'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점입가경'이다. 넘기면 넘길수록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였음을 깨달았을 때는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1장(場)의 마지막에서 호르는 말한다. 우리가 만날 수 있을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마침내 호르를 만났을 때 나는 그것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엔데는 <자유의 감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것에 맞는 특별한 목소리를 내야만 그 말은 진실이 된다"라고 말했다. 옳다. 그리고 반갑다. 그는 이야기에 걸맞는 특별한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 제발 부탁이야, 지금 네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네 귀를 내 입에 바싹 붙여 줘.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 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넌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거야. (8쪽)

 

 엔데도 호르와 같은 절실함을 통해 특별한 목소리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절실함은 그의 아버지와 함께 해답을 찾아 가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엔데가 그에게 미하엘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손을 맞잡은 채 빛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살풋 떠오른다. 아마 그들은 거울 속의 거울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리라.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역자 후기의 A to Z 퍼즐이었다. 애써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부분들이 눈에 띄일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퍼즐이 있었기에 주목할만 하다. 그것은 I, 즉 Inhaltsverzeichnis(차례)였다. 그는 I 퍼즐 아래에, '이 작품에서 차례는 별 의미가 없다! 어디서부터 읽어도 작품은 제자리로 돌아온다'라는 덧을 달아 놓았는데, 이것이 바로 <거울 속의 거울>의 핵심이리라. 그 이유는 '거울 속의 거울'과 <거울 속의 거울>을 들여다 보면 알 수 있으리라.

 

 나 또한 역자처럼 엘레베이터에서의 '거울 속의 거울' 놀이가 떠올랐는데, 그 상(狀)은 언제봐도 새로운 것이었다.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 이 거울 속에 발을 들여다 놓고 또 다른 문을 향해 계속 걸어가다 보면 나올 것 같던 그 세계는 어디 있는지 등을 생각하곤 했었다. 때때로 그 끝을 찾다가 마침내 한 점(点)이 볼 때면, 어린 나이에도 그 한 점이 문의 끝은 아닐거라는 짐작이 들어 괜한 기대에 설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걸어도 그 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면, 거울 속을 외면해 버리고 마는 것으로 끝났다. 마치 13장(場)의 방인 동시에 사막인 공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던 탓이다.

 

 처음 말했듯 이 소설은 난해하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누구라도, 언뜻 보면 서로 연관이 없는 것 같은 30장의 이야기들이 한 데 엮이는 순간을 느낄테니까. <거울 속의 거울>, 그 또 다른 세계의 출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자신을.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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