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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일부러 시간을 두고 음미하며 천천히 그림을 보고 해설을 읽었다. 특히 그림책들은 그렇게 보지 않으면, 머릿속이 뒤죽박죽되기 십상인 탓이다. 아마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것들을 좋아하고 즐기지만, 일상에서도 관심을 갖고 미술관을 찾아 다니거나 관련 서적을 뒤적거리거나 하면서 지식을 쌓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 박희숙이 짚어 주는 것만으로도 받아 들일 용량이 꽉 찬 듯한 느낌이다. 회화든 조각이든 혹은 음악이든 모든 예술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 느낌을 받아 들이는 것일텐데 그렇지 못하는 협소한 지식만 갖고 있어 답답한 점이 있었다. 나로서는 아무리 뚫어지게 봐도 알 수 없는 점들을 꼼꼼히 짚어 주는 해설서들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덕분에 그럴 때마다 창피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명화 속의 삶과 욕망>은 대체적으로 성적 욕망과 열의를 담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대개 누드화이다. 특히 신화적인 인물들이 많은데, 그것은 중세 화풍이 실제 인물을 그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드화는 특성상 매춘부들을 모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그들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저속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 남녀 누드 모델을 동석시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남녀를 나눠 따로 그려 넣거나 한 쪽의 성만 누드로 있기도 한다. 이런 금기들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대단한 파문을 일으켰고, 그 화가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화적 이미지와 이야기를 차용하여 누드화를 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 속에는 쉴레나 클림트, 프란츠 등의 익숙하고, 또 좋아하고 있던 화가들의 그림도 있었지만, 생소한 화가들도 많이 보였다. 그만큼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과 군상들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성적 욕망이라는 대주제를 두고, 이렇게나 다양한 썰을 풀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어 좋다. 다만 그 주제를 벗어나는 이야기들도 가끔 보여 아쉬운 느낌이 들었고, 좀 더 깊숙한 내면의 표현을 잡아 내지 못 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당대의 풍속을 통해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좋은 접근법 중 하나이지만, 그런 책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탓에 좀 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삶과 욕망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상관관계 속에서 명화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는 좋았던 듯 하다. 더불어 생소했던 화가와 그림들,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까지 볼 수 있어, 한 층 더 좋은 시간이었다. 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