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에 관하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8
데이비드 흄 지음, 이태하 옮김 / 책세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흄은 영국 경험론의 대표적인 철학자이다. 그는 기적을 자연 법칙의 위반으로 정의하고, 기적이 종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기적을 만든다며 미신과 광신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앙이 기적을 만든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써 엄청난 파장을 가지고 오는 것으로 보인다. 실로 종교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그 수단을 강화시키기 위해 기적을 일으킨다는 것이라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 기적을 통해 종교를 믿게 되며, 종교가 강요한 실천을 허물없이 비판하는 것이다.

 

 흄은 미신과 광신이 절대자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기적을 만들어 내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종교가 기적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절대자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절대자가 행한 기적으로써 종교는 입지를 강화하며, 절대자를 향한 믿음이 바른 것임을 주장한다. 기적을 산출하는 신의 권능을 강조하는 것으로써 신의 능력을 증명하며, 이것은 신의 권능이기 때문에 인간의 어떠한 증언에 의해서도 입증할 수 없다는 전제를 이미 배후에 둔다. 신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적에 의해 부가되는 모순을 모순이라고 말할 수 없도록 만든다.

 

 흄은 가톨릭의 기적 가운데 많은 것이 신뢰할 만한 기적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의 가시적인 힘에 의해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을 신이 발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기 위해 갖은 이유를 찾아 다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 기적을 신성시하는 것이 왜 해악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것은 실로 설득당할 수밖에 없는 근거를 갖고 있다. 신의 권능이 일으키는 기적에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면, 그러한 인간들이 이 사회의 짐일 수밖에 없으며 무익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종교가 기적을 만드는 것을 비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쨌든 기적에는 증거가 없다. 그것은 신의 권능에 의해 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진기한 사실이 일어 나게 되면, 그 증거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거나 증거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기적에 관한 흄의 정의는 가설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종교론자들은 이보다 더한 방식으로 흄의 정의에 대해 비판한다. 신의 권능에 의한 기적은 신의 권능을 추앙하기 위한 것이지, 기적을 기대하는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탓이다. 하지만 종교는 이 기적을 통해 인간이 구원받을 것이며, 따라서 특정 종교에 투신할 것을 주장한다. 그 주장의 바탕에는 신의 기적이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광신론자들에 의해 흄은 극단적 회의론자로 지적받는다. 따라서 대개의 철학자들이 흄의 철학을 회의론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에 대한 회의이지, 이 사회에 대한 회의라고 까지 확장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있지 않을까. 더군다나 나같은 불가지론자에게 그것은 이미 회의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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