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과 전쟁 : 고대 국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4
박대재 지음 / 책세상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시작은 더 오래되었지만, 우리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록이 남기 시작한 이후이다. 즉 역사와 함께 인류는 발전했다. 그 이전까지의 전쟁은 잡다한 유희에 불과했지만, 국가가 형성되고 기록이 시작되면서 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 와중에 의식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학문의 연구 과정에서 의식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었거나 아예 표명조차 하지 않았지만, 의식을 주요한 요소로 인식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대상의 상징성과 형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구조주의 패러다임에 의해 문화의 상징성이 부각되었는데, 그 이후로 전통적 패러다임을 깨고 모든 사회의 형태에서 의식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의식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국가론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단지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게 보완, 수정하여 초점을 맞추고 있어 흥미롭다. 또한 저자는 이원론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그 자체가 의식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하다. 정치와 국가, 즉 사회의 구조와 인자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아한 점은 아리스토텔레스는 딱히 일원론이나 이원론이라고 구분하기 힘든 애매한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자는 이원론이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나 역시 고대국가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도시국가, 분권 국가, 중앙집권 국가라는 세가지 유형이 공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세가지 유형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왔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하며, 바뀌고 있다는 것이 책의 요점이다.

 

 흔히 고대라고 하면, 중앙집권적인 강력한 권력을 이용한 통제력에 주목하기 십상이지만, 바뀐 방식은 기존의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 이데올로기와 인자에 중점을 두면서 의식과 혈연집단에 기반을 둔 분권 국가 모델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국가가 성립된 이후에도 혈연, 의식, 신앙 등의 이데올로기가 통치 방식으로 작동하는 고대 국가들은 무수히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대개의 신화에서 미신에 가까운 혈통, 즉 천자(天子)라는 식의 신앙이 그들을 이끄는 수단이다. 또 군주가 제사장을 겸하여 의식을 치르는 등의 경우가 수두룩한 것을 보면, 이는 그처럼 의식이 중요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될 것이다. 고대국가는 이처럼 의식과 전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중앙집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분명한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고대 국가를 새롭게 바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매번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쟁점으로 하고, 어떤 점을 주안점으로 두어야 할 것인지는 세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 갈테지만, 고대인들이 이미 겪었던 것들, 즉 사실들은 패러다임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의 판결에 상관없이 계속 그 상태로 흘러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바라 보아야 하는가. 그것은 지금 이 시대의 문제이지만, 앞선 시대에서는 더욱 선명한 시각을 가지고 결론을 내릴 수 있지도 않을까.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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