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원형을 찾아서 - 고대 그리스 정치 살림지식총서 174
최자영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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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그대로 고대 그리스의 정치를 살펴 보는 책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고대 그리스의 경이로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이를 우리 현실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이론 기반을 제시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고대 아테네에 관련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 최자영이 이 책을 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것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고대에 관련한 역사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정치의 원형을 찾아서>가 눈에 띄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갈수록 빈부 격차가 커져가고,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연고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의 우리 사회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이전에는 단 한건도 없었던 개인파산, 회생 신청자가 IMF 이후 급작스럽게 증대하기 시작한 것을 보면, 정치의 본모습 또한 그다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그 방법은 조금씩 변하기 마련이지만, 기본적인 뿌리 자체는 그대로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개인파산이나 회생 제도는 이미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사회,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시행했던 채무말소가 그 원조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정치가의 농간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횡행을 예방하기 위해 추첨제를 시행했는데, 그러한 시스템 또한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정치가들의 공금 횡령이나 법 위반 등을 방지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그러한 점을 오목조목 잘 짚어내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특히나 솔론의 정치 개혁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는데, TV 프로그램의 제목에 '솔론'이 들어간 것이 있을 정도로 현명한 선택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그의 정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가 비록 경제인들과 유착하여 금권 정치를 행하기는 했으나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는 유별난 도움을 주지 않았던가. 그런 점은 생각해 보면, 그가 단행한 정치 개혁은 여러모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7년이 7번 지나면, 즉 49년마다 부채액이나 넘어간 토지 등을 하느님에게로 되돌려 새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제도, 그에 따라서 몰수한 재산과 토지들을 재분배했던 제도 등은 현대 사회에서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시행하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그 재산들을 재분배할 수 있는 제도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전선의 제조나 유지비 등을 부자들에게 부담하게 한 제도였는데, 국고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경제력을 가진 이들에게 사회적 부담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이 놀랍기도 하며, 옳다고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 제도에 의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 부자들을 위해 자신보다 부유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게 하였는데, 그 상대가 자신보다 재산이 많지 않다고 부인할 경우 '재산 바꾸기 소송' 등을 할 수 있었던 제도 등을 보면 참 재미있다. 물론 재미에 앞서 참 인간적인 결론을 내리려고 애썼던 솔론의 정치력이 놀랍다. 당시 부유층과 권력자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샀을 것이 분명하지만, 솔론은 옳다고 생각한 자신의 결단이나 정치방법을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쟁은 분명 무서운 것이지만, 정치판에서는 언제나 이러한 전쟁들이 일어난다. 그러한 정치의 원형을 찾아 나선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고, 그에 대한 여러 대안을 제시하면서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한 그 대안들이 전혀 요사스럽지 않다. 이러한 복지와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무력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는 분명 대안을 찾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러 정책을 통해 안정된 사회를 이룩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차차 어렵게 되어 시민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연고주의로 인한 정치인들의 잘못이 판치기 시작하면서 결국 로마제국주의 같은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역사를 통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갔던 일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흔히 개인이 일기를 쓰는 것을 권유하는 이유는 기록의 의미도 있지만,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그것이 개인이 아닌 국가의 기록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로마제국주의를 마냥 비난하는 것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회 현실을 캐내어 알고, 그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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