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
김신홍 지음 / 컬처라인 / 200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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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차와 튤립의 나라라고 알려진 네덜란드. 하지만 대개 수도인 암스테르담의 지저분한 거리, 홍등가에서 쇼윈도에 서있는 반라의 여인들, 서유럽답게 찌부드드한 날씨, 마약과 섹스가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거리만 돌아보고 오게 된다고 한다. 

 

 저자, 김신홍은 그런 이미지에 대해 벗어 던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것들로 네덜란드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그 곳은 가장 네덜란드적이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즉, 암스테르담은 관광객을 위한 특구일뿐, 네덜란드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네덜란드의 매춘은 합법적인 것이다. 매춘부들은 수입에 대해 세금도 내고 노조도 가지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지 않으면 엄격한 제재를 받고, 정해진 구역 내에서만 활동을 할 수 있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생활 곳곳에서, 통제받지 않고 마약을 즐길 수 있다. 단, 중독성이 매우 약한 마약만을 사용할 정도로 스스로 규제하는 사회다. 그래서 중독성이 강한 마약에 중독된 이들을 범죄자가 아닌 환자로 생각하며, 그들을 교도소가 아닌 병원으로 보낸다.

 

 한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러한 관대함이 청소년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1997년 '국민 건강과 금연을 위한 재단'측은 앞으로 16세가 될 때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들에게 3백 길더의 상금이나 그에 상당하는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청소년 흡연 문제가 공공연하다. 저자는 길을 가다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보았는데, 주위의 어른들이 야단은 커녕 이상하게 여기는 눈초리 한 번 건내지 않더라고 말한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공공연한 것을 넘어서서 일반화된 사회인 것이다. 물론 학교 교칙에서는 교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허나 그것은 금연 장소에 관한, 즉 교내에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것일 뿐, 청소년이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는 규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관으로 보일 법한 그들의 태도는 네덜란드 사회의 오점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들은 마약, 매춘의 자유가 허용되어 있지만 범죄율이나 마약 중독자의 수가 인근 국가보다 낮다. 네덜란드인의 자유는 방종이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고 책임질 수 있는 완벽한 자유인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가정 내에서 그런 절제를 엄격히 배우고 자라나기 때문에, 청소년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자세를 취해도 상관이 없다고 한다.

 

 네덜란드인들은 중고등학생만 되어도 두세가지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로 교육의 열의가 강하다. 하지만 그것은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유치원생도 식탁 당번, 설거지 당번, 거실 청소 당번 등을 나누어 할 정도로 엄격한 가정교육 속에 자란다. 특히나 철저한 칼뱅주의에 의해 살아가는 네덜란드인이기에 항상 부끄럼 없이 단정하고 청결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독일보다 더 지독한 짠돌이들이 사는 나라라고 하니, 그들의 생활 습관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진부하다.

 

 또한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북해에 면한 국토의 40%가 바다보다 낮고, 최고지점이래야  해발 321m밖에 안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국토를 넓히기 위해 자연과 맞서 싸운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로 대단하다. 그만큼 자연의 혜택을 덜 받은 네덜란드가 가지고 있는 저력은 인적자원밖에 없다.

 

- 조물주가 이 세상을 만들었지만, 네덜란드 인들은 스스로 네덜란드를 만들었다. (God made the world, but the Dutch made Holland themselves.)

 

 그들은 그 인적자원으로 지금의 네덜란드를 세웠다. 끝없는 자연과의 투쟁으로써. 더군다나 네덜란드의 환경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흡사하다. 국토의 면적이 좁은 것도 그렇고, 인구 밀도가 높은 것도 그러하며, 교육열이 높은 것도 그러하다. 허나 반대로 보면, 우리나라와 지나치게 다르다. 국토의 면적이 좁지만 모자란 부분을 간척지로 넓혀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만든 것이 다르며, 인구 밀도가 높지만 그것을 단점으로 두지 않고 외국 각지로 뻗어 나가는 저력으로 만든 것이 다르며, 교육열이 높지만 우리나라처럼 부모의 강제가 아닌 것이 다르다. 더불어 신랄하고 자유로운 언론,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가 거의 없는 정치가들이 존재한다. 또한 그들은 희멀건(백) 인종답지 않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으며, 한국사회에 만발한 '외모지상주의' 같은 단어는 들어보지도 못했을만큼 신경쓰지 않는다.

 

 오죽하면 저자 김신홍이 네덜란드인은 사시사철 방수재킷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이라고 칭할까. 우리나라에서 외모에 대한 칭찬은 매우 유쾌한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며, 동시에 의아한 것이라 한다. 누군가에게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면, 상대적으로 그런 칭찬을 듣지 못한 사람은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 만연하다. 따라서 그들은 외양보다 내면에 힘쓴다. 외양은 자신의 뜻이 아니지만, 내면은 자신의 뜻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 김신홍은 이 책의 제목은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라고 지었다. 강소국(强小國)이라는 것이다. 주변 강대국(强大國), 즉 영국이나 독일, 혹은 미국같은 나라에 비해 전혀 지지 않는 나라라고 평한다. 강대국의 국민들은 모국의 강함에 기대어 모국어밖에 할 줄 모를 정도로 타국에 신경쓰지 않지만, 네덜란드인은 스스로 소국임을 인정하며 그들의 언어를 배운다. 또한 강대국의 국민들이 모국의 강함에 기대어 타국을 무시하고 스스로를 치켜 세워 외국인을 차별하지만, 네덜란드인은 누구에게나 관용을 베풀며 차별하지 않는다.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장애인도 섹스할 권리가 있다며, 그들에게 섹스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할까.

 

 김신홍도 그렇겠지만, 나조차 네덜란드에 관한 책 한 권만으로 이리도 네덜란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다름아닌 그 다양성에 반했기 때문이 아닐까. 더불어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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