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이라는 미국 노예제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바다의 성당은 스페인이 배경이지만, 일단 노예제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기에 더욱 더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그 책에서는 성서에 관련하여 기술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자들조차 노예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염려가 고스란히 느껴졌던 것이다.

 

 당시 계급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불평등과 계급에서 오는 차별, 고난 등을 <바다의 성당>에서는 아주 자세히 보여준다. 특히 첫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노예의 초야권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이는 실로 그 시대의 악습에 대한 적나라한 시선을 담고 있다.

 

 <바다의 성당>에서 보여주는 시대보다 더 오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주민들은 초야권에 대한 반발심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전에 알고 있었다. 책의 시대적 배경으로 가면, 서서히 노예와 영주민들의 반발, 의식의 변화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노예에 대한 처우 개선 과정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아버지 베르나뜨는 한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인 자세를 취한다. 아들 아르나우를 데리고 영지를 도망친 것이다.

 

 책은 아들 아르나우가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사회적 변화, 그 격동 속에서 거쳐야 했던 괴로움과 사랑 등을 담고 있다. 아르나우는 수많은 난관을 딛어야 했지만, 결국 역경 속에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던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극적인 전개 과정은 실로 작위적이라 할만큼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며, 문화적 차이로 인한 불가해가 안타까웠다. 더불어 절제성이라고는 눈꼽만치 찾아 볼 수 없는 전개와 묘사가 안타까움을 더했다 할 수 있으리라.

 

 근래에 팩션을 읽을 기회가 많았는데, 나에게 가장 맞지 않았던 책이 아닐까 한다. 상하권을 합쳐 약 9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리한 전개라던가 불가상성한 연결고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독자인 내가 충실한 책읽기를 하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일수도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느슨한 텐션이 한 몫 했다고 생각하는 바다.

 

 허나 중세 계급 사회에 대한 허와 실에 대해 잘 짚어 나가고 있다는 점, 나름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는 점, 가톨릭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뚜렷했다는 점, 민중의 애환을 여과없이 잘 드러냈다는 점 등은 <바다의 성당>의 강점으로 거론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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