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축소지향의 일본인 세트 - 전2권 -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지식의 샘
이어령 지음, 김준연 그림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아니 적어도 서양인들은 일본문화를 환상적인 것으로만 치부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고찰에서 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에서 중요한 점은 일본의 문화와 비교하는 표본이 서양의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이라는 것에 있어 의미가 더한다. 아시아라는 공통점 가운데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같은 문화를 가지고도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내는 일은 좀처럼 생각치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어령은 이 책에서 그 점을 찾아 내어 부각시켰고, 일본인의 문화를 축소지향적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문화간의 차이점이 바로 이러한 성향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좁은 다다미방이 훨씬 더 익숙한 그들의 문화다. 어린 아이들에게 벌을 줄 때, 서양인들은 좁은 방안에 가둬 버리지만 일본인들은 나가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좁은 다다미문화에서 안정감을 찾기 때문에 넓은 바깥 세상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므로 내보내는 것을 벌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일본인들의 축소지향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결과이다.

 

 또 이 책에서는 여섯가지 모형을 두고 일본인들의 축소지향적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레코형, 쥘부채형, 아네사마형, 도시락형, 노멘형, 문장형이 바로 그 여섯가지이다. 이 중에서 가장 수긍이 가는 설명을 하는 것은 쥘부채형과 도시락형을 꼽을 수가 있다. 중국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위해 큰 부채를 선호했지만, 일본인들은 그것을 손 안에 넣을 수 있도록 쥘부채형으로 개조했다는 것이다. 또 집 밖에서도 완전한 식탁에서 식사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축소시킨 도시락형이 그 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도시락으로 김밥을 꼽는다. 그것은 상에 차려진 모든 음식의 축소라기 보다 그저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인들처럼 식탁 자체를 손 안에 넣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같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 때때로 수긍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만, 사실 그에 앞서서 거부감이 먼저 들었다. 일본인의 모든 행동을 축소지향에 맞추기 위해 좋을대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던 탓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나 정황적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그들의 대표적 문화를 통찰한 것은 매우 사려깊은 것으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정황만을 두고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어령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분석력으로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을 재미있게 풀어 썼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지만, 이것만으로 그들을 축소지향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성급한 결론은 언제나 새로운 발견이나 그에 따른 결과를 무시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잘못되었거나 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성향들이 반드시 일반적이지 않다는 여지를 남겨 두고 책을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이 매우 놀라운 통찰력과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거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님과 함께한 일본 문화 여행은 분명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일본인이 축소지향이든 확대지향이든 그것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나 기술에서 훌륭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본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치'가 '기무치'로 둔갑하는 일 등을 좌시하고 있는 것은 마냥 유쾌한 일이 아니니까.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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