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짱아오, 즉 <사자개>를 중심으로 화자의 '아버지'가 겪은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티베트 시제구 초원을 배경으로 쓰여진 이 이야기는 먼저 스토리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 제법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엮어 무리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하지만 문체라던가 서툰 묘사, 지나친 오역과 역주, 오타 등은 책에 대한 호감을 상당히 반감시킨다.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 것일까. 확실히 문장 자체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시처럼 미문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오, 기사처럼 정문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아니오, 다만 스토리 자체에만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34장동안 매장마다 사자개와 인간과의 관계, 사자개의 우수성, 야수성, 인강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굉장히 지루했다. 게다가 그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더 문학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사자개>는 사자개에 대한 사랑이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양쯔쥔이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아, 화자가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직접 사자개와 함께 생활했던 아버지를 둔 양쯔쥔은 어릴 때는 도무지 사자개에 정감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자라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 냄새가 묻어 있는 양쯔쥔에게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는 사자개를 보고서야 사자개에 대한 사랑이 피어 났다 한다. 사자개가 더이상 초원에서 살지 못하고 드문드문 도시 속에서 애완견으로 키워지기 시작하며, 야성이 죽어 사자개답지 않아졌다는 것을 깨달은 아버지는 매우 슬퍼하며 돌아 가셨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지었다는 이 소설은 자연히 아버지와 사자개에 대한 사랑이 물씬 풍긴다.

 

 오래 전에 인터넷에 떠돌던 사자개의 사진이 기억난다. 더럽고 냄새가 날 것 같은 털을 가진 채, 기죽어 있는 사자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바로 그 사자개가 예전에는 초원을 누비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던 야생동물이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야성을 잃고 초라한 모습으로 도시 속에서 죽어가는 사자개들에 진정 조의를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개라며 인터넷에서 떠돌던 사진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던 그 때는 사자개를 잘 몰랐어도 안쓰러움이 절로 피어났다. 하물며 그 일면을 조금 들여다 본 지금은 오죽하랴.

 

 지금껏 무협소설이 아닌 중국소설은 접하기가 어려웠다. 번역도 문제지만, 그 자체의 문학성이 비하당했기 때문이다. <사자개>는 2005년 이후 10위권으로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는 장기 베스트셀러이다. 그런 만큼 좀 더 훌륭한 성취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 기대에는 약간 뒤떨어지지만, 소재의 참신함과 작가의 애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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