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자기 앞의 생>은 늙은 창녀 로자 아줌마와 아줌마가 맡은 아이들, 그리고 우산 아르튀르와 함께 살아가는 모모가 등장한다. 즉, 삶을 사랑하는 모모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마지막이 '사랑해야 한다(307쪽)'라는 구절로 끝나는 것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창녀의 아이들을 돌보는 로자 아줌마는 그 댓가로 우편환을 받는다. 우편환이 오지 않는 아이들은 다른 집에 양자로 보내어 지는데, 모모의 이름으로는 우편환이 계속 들어온다. 그 탓에 모모는 가장 오래 로자 아줌마의 곁에 있는다. 그리고 로자 아줌마의 끝을 지켜준다.

 

 모모의 기억은 로자 아줌마로부터 시작되고, 열 살의 마지막도 로자 아줌마로부터 끝난다. 순식간에 열네살이 되어버린 모모는 잃어버린 네 살을 메우려 하지만, 그런다고 갑작스레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으리라. 모모는 그것보다 더 성숙했고, 또 강했다.

 

-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93쪽)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완전한 것을 믿지 않았으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발버둥이 삶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모모는 성장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은 창녀들이 젊었을 때는 성가시게 쫓아다니지만 일단 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창녀들에게는 포주가 있지만 늙은 창녀들에게는 아무도 없다.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늙은 창녀들만 맡고 싶다. 나는 늙고 못생기고 더이상 쓸모없는 창녀들만 맡아서 포주 노릇을 할 것이다. 그들을 보살피고 평등하게 대해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경찰과 포주가 되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 아파트에서 버려진 채 울고 있는 늙은 창녀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149쪽)

 

 프랑스는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은 감옥에 처넣을 정도로 극진히 청소년을 보호(180쪽)하지만, 젊든 늙든 창녀들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어머니가 젊은 창녀였고, 키워준 이가 늙은 창녀였던 모모는 그 사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콜레라를 변호하고 싶었다(158쪽)는 말을 할 정도로 놀라운 생각을 자주 하던 모모는 마침내 그런 결심까지 하고 말았던 것이다. 

 

-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252쪽)

 

 무엇보다 모모가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하나다. 모모는 누구보다도 삶을,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하밀 할아버지를 사랑했고, 우산 아르튀르를 사랑했으며, 롤라 아줌마를 사랑했다. 그 외에 모든 것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 안에서 적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즐기며 살았던 것이다.

 

 지금 내 앞에 놓여진 생을 보라. 그것은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다. 나이기에 주어진 것이고, 그렇기에 내 것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것을 잊어선 안된다. 모모가 그렇게 속삭였다. 사랑해야 한다(307쪽), 고.

 

 만약 모모가 참았던 울음이 있다면, 내가 대신 토해주고 싶었다. 霖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