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관계 이상한 이야기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취업 관련 책자를 읽다가 씁쓸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떫게 웃었다. 어떤 회사의 면접을 기다리던 A를 B가 발견하고,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했다. A는 B가 자신을 괴롭히던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어쩔 수없이 반가운 척 한다. 면접을 할 때 둘은 같이 면접실에 들어 간다. 같은 학교 출신인 것을 보고 서로에 대해 말해 달라는 면접관의 요청이 있었다. 소심한 A는 자신을 괴롭히던 B의 단점조차 장점으로 바꿔치기하여 소개한다. 자신이 그렇게 하면 돌아오는 말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B는 A의 내성적인 성격과 따돌림 당했다는 사실들을 말하며 장점조차 단점으로 말한다. A는 결국 탈락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에는 고등학교 동창인 다다와 교텐이 등장한다. 교텐은 공부는 잘 했지만, 학창 시절 내내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내성적인 친구였다. 다다는 그런 교텐이 못마땅해 그에게 살짝 장난을 쳤는데, 그것이 교텐의 새끼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고로 커지고 말았다. 다다는 당황했지만, 끝내 사과를 하지 못한다. 머리 좋은 교텐이, 그 사고가 다다의 짓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하지만 교텐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그것은 다다에게 있어 가슴 뜨끔한 추억으로 자리할 뿐이었다. 훗날 버스 정류장에서 둘은 만난다. 하지만 교텐은 말 많고 넉살 좋은 친구로 변해 있었다. 과대한 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둘이 더 어렸을 때 만났더라면 위에서 말한 A와 B처럼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세월은 제법 흘렀고,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않을 정도로 인내심을 기른 어른이 되어 만났다.

 

 순탄치 못한 가정사와 이혼남, 자식이 있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다르게 살아온 그들. 다다와 교텐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후로 동거를 하게 된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에서 교텐은 별 필요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만큼 시덥잖은 일도 못했지만, 다다는 그가 눌러 사는 것을 은연중에 허락하고 만다. 지난날의 과오가 교텐에게 미친 영향 때문이리라. 교텐은 재단기 사건 이후, 새끼 손가락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만 아니었더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을 가진 다다가 허락했을리도 만무했으리라. 하지만 결국 둘의 동거는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서로에게 익숙해짐으로써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싶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다다는 교텐에게 떠나 달라는 말을 한다. 교텐은 한겨울에 집을 나서며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는다. 사이가 좋아지는 것 같았는데, 다다의 뜬금없는 축객령은 사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미우라 시온은 그런 상황이 다다의 감정에 연유가 있다 한다. 줄곧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한마디를 하는 것이 왜 이리 늦었는지 스스로도 의아해 하던 다다는 편안하게 이전의 생활로 돌아간다. 허나 인간의 관계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끊어지는 것이던가. 그 사이에 같이 관계했던 인연들을 새로이 만나며, 교텐의 소중함을 느낀 다다는 그를 찾아 나선다. 처음 만난 버스 정류장에서 교텐을 찾아낸 다다는 다시 돌아오라 말한다.

 

 앞으로는 친구가 아닌 가족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약속하는 듯한 마지막 장면을 이렇게 끝맺는다.

 

- 행복은 재생된다고. 행복은 모양을 바꾸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살그머니 찾아온다고. (350쪽)

 

 이것이 루저들의 "브라보, 라이프"일까. 덮고 난 표지에서 반짝거리는 글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인생의 찬미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기에, 유순하게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 실로 멍청한 인간들의 멍청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긴, 세상에는 똑똑한 인간보다 멍청한 인간들이 더 많긴 할테다. 나 또한 똑똑함과는 거리가 머니까. 이상한 세상이다.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관계, 그 가운데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런 이상함이 묘미가 아닐런지도 모를 일이지만. 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