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나무 밥상에 올려놓은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오락가락하는구나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주인 양반 무안해하지 마오

吾愛靑山到水來 오애청산도수래

청산이 물에 비치니 그 아니 좋소

 

 김삿갓을 좋아하게 된 건 이 시 덕분이었다.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던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이 시는 오래토록 마음 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김삿갓, 하면 이 시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어쨌든 그런 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니 기대가 안 될 수 없었다. 이미 그를 소재로 많은 책이 쓰여 졌고, 읽혀 왔으나 역사소설을 즐겨 읽지도 않을 뿐더러, 읽고 나면 헷갈리기 마련이라 잘 몰랐던 것이다. 그렇기에 읽고 난 지금은 더 헷갈리기 그지없다. 전설 속의 인물로 자리잡힌 그에게 인간적인 면모라 칭하며 한꺼풀 더 씌워 놓은 것이 살갑다기 보다, 씁쓸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의 인간적인 면모란 것이, 또 고뇌란 것이 어쭙잖게 가벼운 느낌이었다. 우리는 김삿갓을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았지, 무책임한 영혼으로 본 것은 아니다. 비범인으로 보았지, 범인으로 본 것이 아니다. 명인으로 보았지, 무뢰한으로 본 것이 아니다.

 

 이청은 이 점에 대해 단호하다. 사람들은 김삿갓의 실존보다 전설을 더 좋아하지만 자신은 전설 뒤에 있던 김삿갓을 만나겠다, 고 말이다. 허나, 진정 이것이 김삿갓의 진정한 모습이며, 고뇌인가.

 

 물론 이것은 픽션일 따름이며, 그가 보는 김삿갓은 내가 보는 김삿갓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를 논할 수 있었어야 했다. 연재하던 글을 엮어 묶은 것이라서 더 안타까웠던 것일까. 연재물의 특성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나의 취향에는 더욱 부합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여기까지가 그의 역량이라면, 그냥 웃고 말지요.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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