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300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부대, 허나 이 300명의 전사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이들은 '스파르타인'이다. 이 말 한마디로 스파르타인의 대한 이미지는 기존의 것과 합해져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펼쳐보기도 힘들 정도의 거대한 판형인 이 만화책은 스파르타인이 등장한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피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었고, 실제로 그것은 적중했다.

 

 스파르타식 학원, 이라는 간판이 즐비하던 90년대 학원가를 상상하면 쉽게 그 엄격함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약한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그들의 방식은 마치 맹수를 연상케 한다. 사자는 제 자식을 물어 절벽 아래로 떨어뜨려 살아 돌아오길 기다린다지 않던가. 물론 이것은 그저 과장에 불과하며, 초원에 사는 사자가 절벽을 만날 일은 전무하다. 어쨌든 그러한 맹수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게 키워지고, 양성된 전사의 무리가 바로 스파르타인인 것이다.

 

 한 번 전투에 임하면 물러서지 않는다는 임전무퇴의 정신이 있었기에 스파르타가 한 때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현대에 들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죽음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스파르타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스파르타의 지배족은 이주민으로, 나라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피지배족인 선주민을 억압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식할 정도로 지독한 훈련을 통해 전사로 키워지고, 지배계급인 귀족의 직업은 오로지 전사였으며, 전사가 아닌 농경이나 상업에 종사한 이들은 피지배족, 즉 노예였다고 한다.

 

 이러한 스파르타인에게 300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는 그야말로 평범한 부대가 아니었다.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내용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300명이라는 소수의 부대를 본 타국에서 항의를 하는 것이 그 장면이다. 그러자 왕, 레오니다스는 가소롭다는 듯 묻는다. 저기 있는 자네의 직업은 무엇인가? 조각가, 대장장이, 빵장수 등 실로 그들의 직업은 가지각색이다. 대답을 들은 왕은 말한다. 스파르타여, 그대들의 직업이 무엇인가? 300명의 스파르타인들은 대답 대신, 창과 방패를 치켜든다. 그렇다, 그들은 모두 전사였던 것이다. 싸우기 위해 태어난 이들. 왕비조차 말하지 않던가. 스파르타이시여! 방패를 잃느니 그 위에 누워 돌아오세요.

 

 생명을 경시하는 듯한 그들의 풍조에 내심 잔인함과 공포를 느끼지만, 그 시대의 풍조를 마냥 탓할 수 만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철저히 군사중심적인 사회에서 커온 그들의 가치관은 전투에서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생각하지 않고, 명예로운 죽음이라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은 300명이라는 군대가 정말 소규모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페르시아의 군대와 맞선다면 매우 부족하지만, 스파르타의 인구는 7-8000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300명으로 이루어진 부대는 적절한 수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결국 내통자에 의해 이 부대는 전멸하게 되지만, 스파르타가 3일간의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그리스는 페르시아 군대를 물리치게 된다. <300>에서는 기형아로 버려질 뻔 했던 에피알테스가 산을 넘는 우회로를 가르쳐 준 덕분에 전원 전사한 것으로 나오는데, 마치 하나의 작은 무덤처럼 방패로 온통 덮어 창만 내밀어 싸우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레오니다스는 결국 페르시아의 군대에 무릎 꿇지 않았고, 그것은 죽음으로 대체된다.

 

 이제 지휘관 딜리오스가 풀어놓는 최고의 이야기는 이제 '소년과 늑대 이야기'가 아니라 '뜨거운 문 이야기' 이다.

 

- 이 곳을 지나는 자유인은 들어라. 언제까지나 영원히…. 세월이 깃든 바위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그대에게 속삭일지니. 스파르타에 전하라, 지나는 이여. 스파르타의 법에 따라 여기, 우리가 누워 있다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인하다. 그리고 안타깝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그것이 페르시아인인가, 스파르타인 그 자신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시대인가. 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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