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노래
덴카와 아야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 하느님,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시간을, 가족과 친구와 지낼 시간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노래할 시간을.

 

 삶도 죽음도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지만, 그 가벼운 문체 속에서 웅장한 울림이 있었다. 드라마도 영화도 보지 못했는데, 원작 소설이라는 것을 잡으며 이것이 과연 원작일까, 라는 의문이 일었던 것 같다.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처럼, 짤막짤막 감동할 여운도 남겨주지 않은 채 지나가는 서사가 참 안타까웠다. 게다가 주인공인 가오루는 자신의 병에 대한 절망도 제대로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영화에서는 좀 더 깊은 여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 밤이 아니면 갈 수 없어. 라고 말하던 가오루의 눈망울이 마치 본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 누구보다 태양의 소중함을 알고, 태양을 사랑하지만 태양을 볼 수 없는 가오루. 하지만 그 소중함을 깨달은 것은 결국 태양을 잃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 혹은 갈증을 느끼며 살아가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스친다. 마치 산소처럼 언제나 곁에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것이 주위에는 많다. 그것을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그것에 대한 가치와 사랑이 샘솟아 나지 않던가. 나 또한 그런 것이 있기에.

 

 하지만 가오루는 행복하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자신을 응원해 주는 단 하나의 친구와 연인. 가오루에게는 모든 것이 하나이기에,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애틋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깊은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리라. 하지만, 생각해 본다. 태양 아래에서 만날 수 없는 그 무한한 서러움을. 밤하늘을 보고 밤공기를 마시고 밤에 눈을 뜨고 있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가오루의 서글픔.

 

 자신의 CD와 아버지가 물려 준 깁슨 기타,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꿈만 꾸고, 좋은 생각만 하며 살아갈 수 있었음을 믿고 싶다.

 

- 태양이 지면 만나러 갈게.

 

 일본 특유의 서사 위주, 가벼운 문체 속에서 특별한 깨달음이나 애달픔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싶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노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세상을 꿈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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