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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보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5
닉 레이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4월
평점 :
495페이지.. 이렇게 두꺼운 책은 난생 처음 읽어본다.. 솔직히 이렇게 두꺼운 책은 일단 손길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리하기에 내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도전이였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도전을 성공하였다는 기쁨은 아주 크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703/pimg_7795102741945546.jpg)
내용은 슬픔과 스릴을 갖춘 공상과학소설이랄까??
글을 읽으며 눈앞에 한편의 영화가 그려지는 게 작가의 구체적이고 세세한 표현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이 책이 두꺼울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충실한 내용이 두께의 압박감을 싹 덜어주었다.
엄마인 내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초등 5학년 딸아이도 성공의지를 불사르며 매일 이 책과 함께 하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초등 5학년이 읽기에 살짝 두꺼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진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허니에듀 서평단 관계자분께 먼저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스페이스 보이의 서평을 시작하고자 한다.
스페이스 보이의 차례는 너무도 단순하다.. 주인공 레오가 있는 장소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으로..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703/pimg_7795102741945547.jpg)
1부 궤도
2부 지구
3부 달
/전송개시/ 나는 사랑한다. 달이 지구를 사랑하듯이..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나는 언제나 사랑했다. 달이 지구를 사랑하듯이. 이제는 안다. 지구가 달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도. /전송 종료/ 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스페이스 보이란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주 이야기 일거란 설레임과 궁금함으로 전송개시를 시작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마지막 전송 종료란 말을 읽으며 책을 끝마쳤을 땐 뭔지 모를 가슴 먹먹함이 전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우주 이야기인 것이다.
1부 궤도..
작은 소제목으로 작동원리, 죽음 시뮬레이션, 드론, EVA..등이 있다.
이 책은 아무래도 우주 이야기이다 보니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들이 나와서 살짝 지루함을 느끼게 해주는 면이 있다. 전문적이고 딱딱한 단어이고 나의 관심분야가 아니라 이 부분이 재미없게 느껴 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있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볍게 이런 용어가 있구나 하고 이해하고 알고 넘어가면 좋을 듯~~ 또한 밑에 주석을 달아서 생소한 단어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다.
우주에서 태어난 아이 레오와 쌍둥이 형제 오리온과 리브..대기권 재진입과 착륙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이 곳 지구 궤도를 도는 문2 우주정거장에 있어야 된다.
이들의 엄마들이 임신한 몸으로 귀환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로 이들은 여기에 갇혀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읽으며 이들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자세하게 글을 썼기 때문에 이 정도 두께의 책이 나올 수 있고 이어질 내용이 궁금증을 자꾸 유발시켜서 책장을 술술 잘 넘길 수 있었다.
소제목 시뮬레이션 아닌 죽음 편에서는 작은 소제목이 암시해주듯이 비행장교 브라운을 잃는다. 급박한 상황과 동료를 잃은 슬픔.. 글 초반부인데 벌써 죽음을 맞이하다니.. 그래서 더 이 소설 속으로 빨려들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VA.. 선외활동, 우주 유영.. 사고로 브라운을 잃고 이 사고의 수습을 위해 엄마와 EVA를 하게 되는 레오..
그리고 이들은 지구로 갈 수 있게 되었다. 흥미진지한 착륙을 통해서 말이다.
2부 지구..
우주에서 태어나고 열 여섯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어야만 했던 레오는 지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땅보다는 중력을 느끼고 싶다. 공을 던지고 싶다. 공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는 것을 보고 싶다. 공이 둥둥 떠서 가는 거 말고, 나는 배운 공식들을 보고 느끼고 싶다.
하지만 지구에 착륙한 레오는 지구는 지구지만 지구가 아닌 곳에 있어야 했다. 격리된 채 말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지구 적응 훈련을 받는다. 레오, 오리온, 리브라를 상대로 데이터를 뽑고, 스트레스 포인트를 찾고, 심리적변수를 찾는 너무나 비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 소토를 만나 알게 되는 사실..
우주에서 살 대비를 위해 이들을 시범적으로 우주에 데려가 오래 살게 하려는 우주비행사로 만들고 있다는..
그래도 레오는 할아버지와 강아지 코멧과 함께 중력상태의 지구에서 지구의 환경을 신기해하며 놀라워하며 서서히 적응해갔다.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이 지구의 환경이 이렇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싶게..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한 장의 종잇조각..
우주소년 우리가 도와줄게.
그리고 할아버지 목장에 온 침입자들..레오를 노리는 사람들.. 부트로스 사령관..
팔과 다리의 골절로 병원에 가게 된 레오를 두고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는 의사의 답변에 왜?? 뭔데?? 하면서 내 스스로 의사에게 마구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고고도 저기압 훈련시설인 마운틴 돔에 오게 된 레오는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레오, 오리온, 리브라는 체외 수정으로 이루어진 실험이었고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을..
나는 실험이었고, 이제 여기서 죽어간다. 물고기처럼. 해변에 떠 밀려와 소용없이 펄떡이는 무고기..
생체 기능이 우주에 최적화 되어 있지만 지구에 적응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구에 온 이후로 떨어져 있다 건강 상태가 심각해진 후 오리온과 리브라를 재회하게 되는 레오.. 아이들의 이런 잔인한 운명에 너무너무 화가 났고 너무너무 슬펐다..
3부 달..
지구와 비슷한 행성들에 건설할 바이오 돔.. 세 명의 아이들은 에덴창조를 위한 또 다른 실험에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참여하게 된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운명을 맡긴 채 말이다.
오리온은 말한다.
난 아픈 게 아냐. 이곳에 맞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뿐이야.
만들어진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오리온의 모습에 정말 많이 울었다.
아픈 오리온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오리온까지.. 너무 슬퍼서 계속 눈물이 나왔다.
레오의 할아버지는 말한다.
16년 동안 내가 오직 바란 건 너를 만나는 거였다.
그러다 너를 만났고, 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신통했어. 더 강하고, 더 용감하고.
지구에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던 레오지만 그래도 지구의 좋은 점 하나는 찾았다.. 촛불..
무중력상태에서는 초를 켜고 끌수 없으니 말이다..
삭막한 이곳에서 촛불로 따뜻함을 찾은 것이다.
레오 인생에서 쌍둥이의 인생에서 붙박이 같은 존재.. 항상 함께 였던 그들의 이별은 너무 마음 아팠다.
나는 사랑한다. 할아버지와 리브라와 오리온을 사랑한다. 우리 엄마까지 사랑한다. 그들 모두를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달이 지구를 사랑하듯이.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하게 된 레오와 리브라, 오리온.. 이 탈출편을 읽을 땐 너무너무 통쾌했다. 좋지 않은 몸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군이 아닌 본인들의 의지로 이겨내는 모습에서 이들의 용감한 행동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산에서 벗어난다. 부트로스에게서 달아난다. 지구를 탈출한다.
심지어 엄마에게서 도망친다.
나는 거기서 생각을 멈춘다.
우리는 상승하고, 상승하고, 상승한다.
오리온이 가고 싶어 하는 곳.. 공원에서 열리는 오케스트라 공연..레오가 오리온한테 선물했던 책 E.E.커밍스를 다시 넘겨주고 오리온은 말한다.
미안해, 내가 나라서. 네가 너라서. 나, 다 알고 있었어. 이렇게 일찍 헤어지지 않더라도 난 결코,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거야..
비윤리적인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들의 사랑이 너무도 가슴 아프게 먹먹했다.
결국은 모두 사랑으로 매여 있는 거니까, 달도 사랑으로 지구에 묶여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를 붙든다.
우리는 놓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많은 아픔을 뒤로 하고 레오는 원래 자신이 있던 곳, 자신이 태어난 곳, 우주정거장으로 돌아간다.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의지로 말이다.
스페이스 보이.. 우주소년.. 나에게 있어 이 책은 3가지 장르를 맛볼 수 있게 해준 책이였다.
1부 궤도편은 공상과학소설??
2부 지구편은 스릴러 추리 소설??
3부 달편은 감동적인 성장소설??
소설이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거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소설.. 우리가 과거에 꿈꿔왔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버리지 않았는가..
레오의 엄마는 말한다.
난 회사에 충성했고, 내 일에 충성했어.
국가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누군가의 희생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일일지라도 말이다.
이 또한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도 이렇게 시작되었고 누군가의 희생이 따랐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삭막한 지구라는 땅에서 촛불이라는 좋은 점 하나를 발견한 레오처럼..
김경진 시인의 촛불의 의미라는 글이 있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 한 마음의 힘을 나타내는 촛불.. 간절한 염원들을 모으는 단합의 표출이 되는 촛불..
촛불은 평범하다고 결코 나약하지 않는 일반 뭇 국민 개개인들의 나라사랑이고 걱정과 분노가 함께 어우러진 한탄의 소리이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방치하면 죄가 될 것 같은 역사 참여의 거대한 함성이다.
촛불은 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웃 사랑이며 나를 이어야할 후대 사랑이다.
촛불의 의미는 사랑이다.
이런 촛불의 의미를 되새기며 발전하는 과학기술에서 비윤리적인 실험이 강행되지 않고 사랑으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그런 미래의 모습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