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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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진화된 집단의식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는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질 때가 되면, 반드시 무지개 전사들이 나타나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간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북미 원주민 추장 아첵, 일명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누는 자와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7인의 인물들이 인연을 통해 만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영혼을 울리는 맑은 이야기이다. 추억의 도시 클리블랜드와 현재의 도시 뉴욕을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스토리가 각 캐릭터의 일인칭 시점에서 모두 전개해 나가는 신선함이 있는 실험적인 소설이며, 개인의식과 집단의식과의 연관성 같은 사회인류학적 내용도 언급되어, 가벼운 사색도 즐길 수 있는 깨끗한 영혼을 가진 책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바로 지구의 뇌세포가 되기 위해 진화되어가고 있는, 지구상에서 선택된 생명체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이란 이렇다. 인간들의 개인의식들이 모여 거대한 집단의식이 되고, 그 집단의식이 성숙하면서 조화로운 공명현상을 일으키게 되면, 마침내 지구란 행성 자체도 스스로 생태계 시스템을 조절하며 우주에 긍정적인 주파수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지구의 영혼, 즉 생명체 전체 집단의 영혼이 탄생된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내용이 살짝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저.. 책이.. 술술.. 잘 읽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궁금해지고 몰입되어지는 게 이 책의 매력인 듯 하다.. 거기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표시할 수 있게 펜을.. 들게 만드는.. 그런 책을.. 만나서 더없이 반가웠던 것 같다.

특히나 작가의 프로필이 독특하다.
이상 문학상을 수여하는 문학사상에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자 정형외과 전문의란다.
간단한 프로필 소개와 저서 몇가지 그리고 작은 전신 사진까지..

책은..
표지만 봤을 땐..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은  분명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 아닌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만큼.. 이국적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금은...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그리고.. 저자의 또다른 저서인 '자신의 영혼에 꽃을 주게 만드는 100가지 이야기'라는 책도 좋았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서 좋았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로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더 좋았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마치.. 수필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지친 심신에 작은 위안을 주고플 때.. 내지는 지친 영혼에 양분을 주고 싶을 때...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나 또한 퀼트 작업 테이블 한 켠에.. 가지런히 두고.. 간간히 꺼내 읽는다...
개인적으로 영혼이 깨끗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마주하는 동안.. 내 자신이.. 마치 산림욕을 하는 듯.. 그렇게.. 스스로.. 맑아지는 느낌을 받아서 참 좋았고, 또 고마웠다. 




@ 책 속에서


1. 리차드

나는 지금도 해부학 실습 꿈을 꾸곤 한다.
철모른 의대 시절의 풋내기 경험이었지만
그때의 새로운 경험과 자극은
지금도 무의식중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
당시의 학생 신분으로서는
고귀한 인간의 정신이 깃들었던
육신의 피폐해진 모습에
경건한 마음과 전율스러움
두 상이한 과정을 느껴야만 했다.
~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엄격한 병원생활이기에 더 그렇지만 하루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교차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때론ㄴ 무한한 뫼비우스 띠 위를 달리고 있는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마티

얼마 전 아빠랑 이 곳 클리블랜드로 이사를 왔다.
집 근처에 있는 이곳 이리호수가 바다처럼 넓어서 좋다.
엄마는 뉴욕에서 돌아가셨지만
아빠는 엄마를 엄마의 고향인 이곳에 묻어주셨다.
~
잠시 뒤 아빠가 다가와
갈매기와 함께
나를 살며시 껴안더니 속삭이셨다.
'아가야! 갈매기가 너를 보호해 주었나 보구나..'
죽은 갈매기가 나를 보호해 주었다고?
나는 무슷 뜻인지 몰라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 엄마의 영혼이 가까이서 너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구나...'
~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엄마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고
내손을 꼭 잡으며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나는 알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힘주어 끄덕거렸다.
아빠의 쥐고 있는 손이 무척 따뜻한 날이었다.


3. 마티의 일기장

아빠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엄마가 꿈에 나타나셨기 때문이다.
어마는 나에게 커다란 날개를 보여주셨다.
등에 있는 하얀 두 개의 날개를..
그것은 마치 내 품에 있었던 갈매기의 날개와 같았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엄마는 천사였다.
'어떻게 엄마를 매일 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나는 꿈 속에서 엄마에게 물었다.
'걱정마라 아가야. 난 항상 네 마음 속에 있단다.'



4. 리차드와 마티

그녀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는 것을 그만두고, 그녀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마티 맞지? 나는 리차드야. 찰스 할아버지 손자."
"안녕하세요. 아빠가 꼭 만나보라고 해서 나왔어요."
~
"나는 마티와 같은 레이크우드 고등학교를 나왔어. 마티의 학교 선배인 셈이지."
"네, 들었어요. ..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네요. 혹시 이 곳에서 자주 뵌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죠?"
"맞아. 고등학교 때부터 이곳에 그림을 그리려고 가끔 왔었는데, 그때마다 마티를 본 것 같아."
~
그렇다. 내가 초등학생인 그녀를 처음 본 곳이 바로 이곳 웬디 공원이었다. 나는 그때 그림 그릴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공원 가장자리에 앉아서 작은 무덤 같이 봉긋 솟아있는 땅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한 소녀, 바로 마티였다.
~
그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만들어 낸 순간적 방응이었지만, 이렇게 말을 꺼내자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고 씁쓸했다.



5. 아 첵

요즘 들어 명상을 하면서도 피곤함을 느낀다.
정신 집중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내 영혼도 몸과 함께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첵이라는 이름은 영혼을 뜻한다.
생명체들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해야 한다며
할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나자 지어주신 이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아주 강했다.
부족의 추장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족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긴 했지만
내 이름과는 다르게
말썽을 많이 부리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고
성인식을 치르고 나서부터
내 성격이 조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북미 원주민들의 성인식은 부족마다 다르다.
우리 부족은 보름달이 뜨면
모닥불을 피우고
경건한 성인식 춤을 추면서
어머니 자연에 경외심을 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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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있나요? 벌의 세계 알고있나요?
크리스티나 반피 지음, 기울리아 데 아마치스 그림, 김지연 옮김 / 엠베스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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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벌의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세상으로 안내한다.

벌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군집을 이루며 소통하는 모습은 어떠한지, 어떻게 꽃을 차고 무엇을 만들며,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수많은 벌의 종류와 특징, 의미, 그리고 벌의 성장과 생산물까지, 벌에 대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책 제목처럼.. 벌에 대한 종합백과사전 같은 그런 책!!


초5 큰 애는 워낙 벌을 무서워하고 싫어해서 이 책을 안 읽을 줄 알았는데, 책 구성이 워낙 알찬데다가 그림과 설명이 디테일해서 그런지 이 책을 잘 봤던 것 같다. 초3 둘째는 워낙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이 책을 좋아하며 잘 봤다.

책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책은..  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해 놓은 듯..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이 책에서 만나본 벌들'에 대해서도 큰 그림으로 알려주는 센스까지 돋보였다.

사진까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도 같지만.. 이 책을 보는 어린이 독자들의 눈에 사진은 살짝 무서워할 수도 있으니.. 그림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했을 것 같기도 하다.


책 사이즈가 크고, 64페이지에 이르는 책이다보니..

저학년 친구들은.. 혼자 읽게 하기보다는 엄마 아빠가 읽어주면 더 재밌게 활용할 수 있겠다.

그리고 평소 벌에 대한 호기심을 잔뜩 가진 친구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기도 하다.


어른인 내가 읽어도 평상 시 몰랐던 벌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그런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었다.

책 본문 시작 전에 앞서서, '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라는 페이지를 할애하여.. 벌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해 놓았기에 책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리고 설명만큼이나 그림에서도 많은 공을 들인 게 보여서, 이 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색감도 그렇고..


책을 통해..

벌에 대해서.. 단순히.. 무서운 곤충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 책 속에서



- 1. 꿀벌에 대하여

윙윙 거리며 꽃밭 우리ㅡㄹ 날아다니는 벌. 모두가 알고 있는 모습이지요. 물론, 벌침을 위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벌 덕분에 우리가 달콤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꿀'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벌들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요?


과학자들은 사냥 말벌들이 육식에서 식성을 바꾸어 꽃의 꿀을 먹는 지금의 벌로 진화했다고 합니다.

고생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우리는 벌들이 1억 4천 6백만 년 전에서 약 7천 4백 년 전까지 꽃을 피우는 식물들과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백악기(공룡들이 살았던 마지막 시대)부터 살아왔던 것이지요.




- 2. 벌의 형태

마지막으로 배의 끝에는 침이 있는데, 독주머니에서 나온 족이 이곳을 통해 흐릅니다. 자기 방어에 효과적이고 공격용 무기로 사용됩니다.


.. 침


몯느 벌이 침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침 없는 꿀벌은 주로 남미 지역에서 기르고 있으며, 500종의 침 없는 벌(멜리포니니종)이 살고 있어요. 예전부터 마야 인들은 이미 달콤한 꿀에 대해 알고 있었고, 신이 내린 음식으로 칭하기도 했어요.




- 6. 분봉

늙은 여왕벌이 딸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른 군집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오고, 그 시기를 결정하여 떠나는 것이지요.

함께 벌집을 떠나는 일벌들을 분봉하는 벌떼라고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집을 만드는 것을 분봉이라고 해요.


특히 벌집에 속한 벌들이 너무 많아 비좁아 졌을 때 분봉이 일어나고, 새로운 벌집을 만드는 또 다른 집단 이동이 발생합니다.

~

분봉은 대부분 따뜻한 시기인 봄에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경우와 상황에 따라 한 겨울에 분봉을 하는 벌들도 있습니다.




- 16. 상징적 의미

역사의 흐름에 따라, 또 지구의 모든 곳에서 많은 인종들이 동물을 상징적인 의모 해석해 왔습니다. 동물은 인격화 되어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인간이나 신의 특징과 연결되어 상징이 되기도 해요.


.. 고대 이집트 : 신

고대 이집트에서는 벌을 신격화했어요. 그들은 벌이 태양신 '라(태양의 신 이름)'의 눈물에서의 눈물에서 태어났다고 믿었지요.


.. 고대 그리스 : 금색

고대 그리스에서는 제우신의 전설 속에 꿀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크레타 섬에서 벌이 만든 꿀을 먹고 자란 제우스신이 그 덕분에 성인이 되었을 때 색깔을 주는 창조신으로부터 반짝이는 금색을 받았다고 전해졌습니다.



- 17. 위대한 벌 가족

길들여진 벌이든 야생벌이든, 또 단생 벌이든 집단을 이루는 벌(군거 벌)이든 모두가 꿀벌과에 속합니다. 꿀벌과에는 약 20,000종의 벌들이 속해 있어요. 이 도느 종들 중 겨우 5%에 불과한 수가 집단을 이루고 살고, 나머지 95%는 모두 단생 벌에 속한답니다.


군거 벌 중에는 꿀벌 이외에도 뒤영벌이라고 불리는 벌들이 있어요. 이들은 땅벌 속에 속하는 벌들로 둥근 모양의 털이 많은 몸을 가진 것이 특징입니다.

~

이런 벌들 중 한 종으로 멜리포니니라는 열대산 꿀벌이 있어요. 사회적 습성을 가지고 있고 꿀을 먹고 살지만 침을 쏘지 않아요. 대신 상대를 물어서 방어를 한답니다.

~

둥지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벌들 중 하는 어리호박벌입니다. 크고 자줏빛을 띤 검은색 몸을 가지고 있어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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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양장 특별판)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콩(책과콩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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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헬멧 속에 자신을 숨겼던 아이 ‘어기’가 처음 만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탄탄한 구성과 개성적인 인물, 흥미로운 스토리는 작가(R.J. 팔라시모)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간 후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성원으로 즉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나라에도 2012년에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아름다운 아이』(책과콩나무)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은 물론 여러 정부기관이나 독서단체들로부터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원더』는 성인 독자들을 위한 양장 특별판으로 제작된 것이다.

 
『원더』 출간 후 지금까지 118주 연속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 후 전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되어 500만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줄리아 로버츠, 제이콥 트렘블레이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 12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 잭이 처음으로 어거스트를 만나게 된 바로 그 장면처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어거스트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보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작가도 잭의 보모였던 베로니카처럼 두 자녀를 데리고 있었고,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들 때문에 유모차를 몰고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연치 않게 나탈리 머천트의 〈원더〉라는 노래를 듣고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니, 어찌 보면 이 이야기의 탄생 자체를 ‘기적’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 책은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 풀먼이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일 년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어거스트가 안면기형이라는 자신의 장애, 얼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편견, 아이들의 끈질긴 괴롭힘을 불굴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친구의 우정의 힘으로 극복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던 어거스트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언제나 부모의 보호 속에서만 자라게 할 수 없다는 엄마 아빠의 결정에 난생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어거스트는 헬멧을 벗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가족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람의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을 쉽게 단정하고 평가해 버리기도 한다. 어거스트의 끔찍한 얼굴을 보고 괴물이라고, 전염병을 옮기는 병균이라고 피해 다니고 따돌리기도 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어거스트의 얼굴 뒤에 숨겨진 진면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거스트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인지,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인지, 얼마나 섬세한 아이인지 알지 못한다.


주인공인 어거스트를 비롯해 어거스트라는 태양의 괘도를 도는 다섯 인물(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까지 모두 여섯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찌 보면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거스트의 이야기가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전혀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앞부분에 나왔던 사건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전개가 되면서 더 심도 있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 주고 뜻밖의 반전을 이루어 궁금증을 자아내며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독자 입장에서는 결국 여섯 사람 모두의 입장에 공감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니 캐릭터가 아닌 어거스트의 누나인 비아나 친구인 잭처럼 때로는 갈등하고 배신 아닌 배신을 하는 사실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거스트의 경우는 ‘안면기형’이라는 장애를 지녔지만, 비단 장애뿐일까.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뚱뚱해서, 못생겨서, 혹은 생김새가 달라서 등등, 우리 주위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는 수많은 ‘어거스트’가 존재한다.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어거스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까닭은 어느 때고 어거스트를 응원해 주는 이들이 나타나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터시먼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여유가 있어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선택하는’ 그런 이들이 많으리라는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거스트 풀먼의 금언처럼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헬멧을 벗고 세상을 극복한 어거스트가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의 온갖 오해와 편견에 맞서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어거스트’들에게도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옮긴이의 바람처럼 나 또한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책콩 어린이 48권으로 만난 '아름다운 아이 샬롯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더랬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낯설지 않았다.


샬롯이야기는 200여페이지 남짓이었지만, 이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한 특별판이어서 그런지 페이지도 많고 또 양장본으로 제본되어 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읽기 전에 초5 큰 애가 먼저 읽었더랬다.

안면기형이라는 게..

지금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곳에서는 가끔 다운증후군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고, 가끔 그 아이들을 보며 딸들은 눈을 떼지 못하거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어쩌면 안면기형까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얼굴 모양이 특이하다보니.. 이 책을 읽으며.. 스치듯 지나갔던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책은 페이지가 많긴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책 말미에 부록 페이지가 좋았고, 옮긴이의 말 페이지도 좋았다. 대신.. 작가의 말 페이지가 없는 게 살짝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주인공인 어거스트의 관점뿐만 아니라 준 친구들의 관점에서 글을 쓴 게 왠지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작가의 배려같다는 생각이 들었서 그 점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번역이 참 잘 되어 있는 덕분인지 책에 금방 몰입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재미와 감동..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어보길 바란다.




@ 목차


제1부 어거스트 ...9
제2부 비아 ...137
제3부 서머 ...195
제4부 잭 ...217
제5부 저스틴 ...291
제6부 어거스트 ...321
제7부 미란다 ...365
제8부 어거스트 ...385

부록 ...479
옮긴이의 말 ...485




@ 책 속에서



- 평범한


나는 내가 평범한 열 살 소년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평범한 일을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 그런 것들은 나를 평범한 아이로 만들어 준다. 그렇다. 나는 평범하다고 느낀다.

~

만일 요술 램프를 찾아서 한 가지 소원을 빌 기회가 생긴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얼굴을 갖게 해 달라고 빌겠다.



- 죽다가 살아난 사연


내가 엄마 배 속에서 나왔을 때, 분만실은 일순 고요에 휩싸였다. 엄마는 아예 내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친절한 간호사가 곧바로 나를 안고 나가 버렸으니까.

~

이튿날, 내가 그날 밤을 넘기고 살아남자, 의사들이 처음으로 나를 데려왔을 때 엄마 손을 꼭 붙잡아 준 사람도 바로 그 간호사였다.

~

덧붙이자면, 우리 엄마는 미인이다. 아빠는 잘 생겼다. 누나는 예쁘다. 혹시 궁금해할가 봐.



- 잭 윌, 쥴리안, 그리고 샬롯


어렸을 때는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아이들도 나처럼 꼬맹이였으니까. 어린애들이 좋은 점은 더러 기분 나쁜 말을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전혀 악의는 없다는 거다. 더구나 어린애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큰 아이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다. ~ 작년부터 길게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이유도 앞머리가 눈을 가져 주기 때문이다. 앞머리가 길면 보기 싫은 것들을 가리고 싶을 대 써 먹기 좋으니까.



- 자물쇠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책상에 앉는 동안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책상이 칠판을 향해 반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맨 뒷자리 중에서도 가운데를 골랐다. 그래야 아이들의 시선을 덜 받을 테니까.

~

선생님이 모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왠지 나를 향해 제일 많이 웃어 준 것처럼 느껴졌다. 가르시아 선생님의 반짝이는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평범한 미소였다.

~

게다가 내가 한 번 만에 자물쇠를 열자 완전히 폭팔했다. 더 웃긴 건, 우리 사이에 책가방만 올려놓지 않았어도 내가 기꺼이 도와줬을 거라는 사실이다.



- 1에서 10


엄마는 내 기분을 물을 때 항상 1에서 10 중에 몇인지 묻는 버릇이 있다. 예전에 내가 턱 수술을 받는 뒤부터 생긴 버릇인데, 그때는 입을 철사로 동여매 놓아서 아예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턱을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내 가슴에서 뼛조각을 하나 가져다가 턱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 터라,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

왜 엄마한테 화가 나는지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랬다. 에임스포트 가를 건너 우리 집이 있는 골목에 이르자, 엄마가 다시 물었다.

~

"착한 것 같더구나."

"응, 착해."

"예쁘게 생겼던데."

"응, 알아. 미녀와 야수지."

나는 엄마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있는 힘껏 돌멩이를 걷어찬 뒤 힘차게 굴러가는 돌멩이를 쫓아 보도를 내달렸다.



- 치즈 터치


사람들이 차츰 나에게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아무도 내 몸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알았다. 어차피 중학교에서는 서로 몸을 부딪치며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 처음에는 그런 줄도 몰랐다.

~

갑자기 트리스탄의 가루가 녹기 시작했다. 트리스탄이 가열판에서 은박지를 막 떼어 내려는데, 때마침 내 갈도 녹기 시작해서 나도 은박지를 떼어 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백분의 일 초나 됐을까. 어쩌다 보니 내 손이 트리스탄의 손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기겁을 한 트리스탄이 얼마나 후다닥 손을 뺐는지, 자기 은박지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의 은박지까지 몽땅 가열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

'윔피키드'에 나오는 '치즈 터치'가 떠올랐다. 그 책에서 아이들은 길바닥에 붙은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를 만지면 세균에 감염된다며 벌벌 떤다.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바로 그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다.



- 아이스크림 가게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그날이 동네에서 어거스트를 처음 본 날이었다. 그 뒤로도 어거스트를 여러 번 보았다. ~ 하지만 헬멧을 쓴 애가 바로 그 애라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다. 우리 동네 애들은 그 애가 어거스트라는 것을 다 알았다. ~ 그 애는 우리 이름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 애의 이름을 알았다.

그 애를 볼 때마다 베로니카 누나가 했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자꾸 몰래 힐긋거리지 안으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 애를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가 힘들다.



- 입학식 날 어거스트와 같이 앉지 않은 까닭

그래, 나는 완벽한 위선자다. 나도 안다. 첫날, 식당에서 어거스트를 본 기억이 난다. 모두 어거스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거스트에 대해 수군그렸다.

~

그래서 내 앞에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어거스트 혼자 식탁을 지킬 줄 뻔히 알면서도 옆에 가고 싶지 않았다.

~

"정말 기분이 이상해.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게.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말이야."

어거스트가 씨익 웃었다.

"그렇게 생각해?"

어거스트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덧붙였다.

"나의 세상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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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빨간 로타의 비밀 1 - 사방이 토끼야! 볼 빨간 로타의 비밀 1
알리스 판터뮐러 지음, 다니엘라 콜 그림, 이명원 옮김 / 제제의숲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엉뚱발랄한 로타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책!

교사 이력을 가진 알리스 판타뮐러의 글과 재치 넘치는 그림을 그리는 다니엘라 콜의 일러스트가 만난 작품이다.


독일 내에서 아동 도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은 책으로 <볼 빨간 로타의 비밀> 시리즈를 손에 꼽을 정도다.

이는 독일에서 180만 부수가 판매되었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으며, 각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도 <볼 빨간 로타의 비밀> 시리즈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베스트팔렌 뉴스>에서는 “로타의 삶은 재난으로 가득 차 있다. 재난 속에서 알리스 판타뮐러의 재치가 반짝이며 다니엘라 콜의 삽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책에 빨려 들어간다.”고 극찬했다. 또 독일 아동문학 아카데미 및 뮌헨 국제 청소년 도서 아동 부문에 이 책이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독일 대표 주간 잡지 <슈피겔>에서도 어린이 도서 부문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독일 내 유명 영화사에 영화 판권이 팔려 제작 중에 있는 만큼 작품성과 재미 두 가지 요소를 다 갖췄다는 점은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성? 교훈? 그런 거 없다! 그냥 로타의 일기장이라고!
< 볼 빨간 로타의 비밀> 시리즈는 일기장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학교 숙제로 제출하는 일기가 아니라 로타 스스로 하루 있었던 일을 가감 없이 그림과 함께 가득 담고 있다.

로타의 솔직한 속마음이 그대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또래 아이들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며 로타는 어른의 시선에 맞춰 스스로를 반성하거나 하루 일과에서 교훈을 얻어 내려 하지 않는다. 사고를 치면 사고를 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 내고, 자신의 감정을 꾸밈없이 드러낸다. 부족한 점 많고 실수투성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볼 빨간 다혈질의 초등학교 5학년 악동 소녀!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신도 이 작은 소녀의 당당한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니키의 도크 다이어리 시리즈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지..

확실히 일기 형태의 책은 정말 재밌게 잘 보는 것 같다.

빨간색 표지에.. 스트라이프 상의를 입은... 로타의 모습이 참.. 정겹고, 사랑스럽다.


특히나 책 표지를 열자마자 액자 타입으로 된 등장인물의 설명이 깜찍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표지만 딱 봐도.. 등장인물 소개만 딱 봐도.. 그냥.. 왠지 재밌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마저 들게 한다.

거기다.. 로타가.. 큰 딸과 동년생인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사실에.. 큰 애가 더 재밌게 몰입하면서 봤던 것 같다.

2,3권까지.. 다음 권을 사달라고 조를만큼..

물론 초등 3학년 아이도 재밌게 잘 봤다.

페이지는 좀 있지만, 중간중간 그림이 있고, 본문 글씨도 손글씨처럼 사각사각 소리가 날 것 같은 폰트라 진짜 로타의 일기장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가느다란 펜이나 연필로 그린 그림을 좋아해서 그런지.. 내 마음에도 꼭 든다..


사실.. 일기형태이긴 하지만, 마치.. 또래 친구들에게 얘기하듯이 번역되어 있어서 그런지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저학년에 중학년으로 가면서 글밥 많은 책으로 레벨 업 시키고 싶은 아이들에는 정말 부담없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딸들의 일상도.. 매일매일이 즐겁고..  유쾌했으면 좋겠다.

비록..

일기는... 학교에서 강제성을 부여해야 겨우 쓰는 정도지만...

부디.. 딸들도 스스로 일기장을 가지고 싶어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2,3권도 얼른 사줘야겠다.





@ 책 속에서



- 만세!!! 오늘부터 5학년이야! 이제 권터 그라우스 초등학교의 어엿한 고학년이란 말이지.

여름 방학부터 이날을 너무너무 기다렸어.

난 엄청 들떠서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학교에 갔어.

방충망처럼 생긴 망사 소매가 달린 옷인데 보고 또 봐도 정말 멋진 옷이야.



- "왜 당신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그렇게 움직이는 거요? 안 그래도 이 녀석들 때문에 정신없어 죽겠구먼."

아빠는 엄마한테 언짢은 목소리로 말했어.

"내가 일부러 움직이는 게 아니야. 새로 산 지압 마사지 방석인데 회전판이 두 개래. 그래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두통을 가라앉혀 준대요."

~

"어휴, 당신 또 홈쇼핑에서 쓸데없는 것을 샀구먼! 얼마 전에 펌프와 조명이 달린 보석 분수대도 당신이 고집 부려서 샀잖아."



- 샤이엔은 동생 샤넬하고 같은 방을 쓰고 있어. 샤넬은 7살인데 볼 때마다 우리를 아주아주 짜증나게 하지.

맙소사! 생각해 보니 나한테는 샤넬만큼 짜증 나게 하는 게 열 가지나 있다니까. 그게 뭐냐고?

1. 남동생들

2. 리코더 소리

3. 기젤라 개똥 선생님

4. 뭔가를 설명할 때 나오는 아빠의 고등학교 선생님 목소리

5. 엄마가 매일 사는 정말 쓸데없는 물건들. 그러면서 맨날 돈이 없대. 아주 작은 양을 살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6. 숙제. 특히 수학 숙제 그리고 국어

7. 베레니케랑 걔가 가진 요트랑 데오드란트하고 똑같은 이름을 가진 말

8. 엄마가 하는 인도식 아유배아파 요리들

9. 내가 맨날 걸려서 넘어지는 거북이, 헤스터스

10. 에잇, 짜증 나!



- "로타!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한 번만 더 그렇게 먹으면 식탁에서 영원히 쫓아낼 거야!"

그 말을 듣고 정말 억울하고 화가 났어.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없단 말이야! 엄마는 곰팡이 핀 밀가루도 그냥 쓰고 유통 기한 지난 달걀도 넣는 걸! 토할 거 같은 맛이 난다고!"

이제는 엄마까지 화가 났어.

엄마의 팬케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음식이 되어 버렸거든. 어쨌든 우리는 팬케이크를 다 먹었어. 계속 꽃양배추 맛이 나는 바람에 괴로웠지만.



- 엄마가 토끼를 보자마자 도저히 거절할 수 없도록 작전을 세웠거든. 토끼를 과일 쟁반에 담아서 엄마한테 보여줬지. 토끼는 아주 귀여운 모습으로 사과를 갉아 먹고 있었어.

"안 돼!"

엄마는 날 야단쳤어.

엄마는 동물을 키우는 얘기는 이미 끝났대. 도대체 언제 끝난 걸까? 난 결단코 그런 기억이 없는데 엄마는 엄마 말에 내가 동의했다고 생각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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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걸 :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 헌터걸 1
김혜정 지음, 윤정주 그림 / 사계절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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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속이고, 때리고, 위험에 빠뜨리는 어른들을 향한 통쾌한 외침
이제 ‘우리가 우리를 지킨다!’

1284년 6월 26일, 독일 어느 도시에서 피리를 든 사나이가 아이들 130명을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사나이에게 ‘쥐 떼를 쫓아 주면 금화를 주겠다’고 한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긴 황금빛 머리칼을 가진 소녀가 탑에 갇혔던 이유는 아버지가 마녀의 양배추를 훔친 대가로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와 ‘라푼젤’만 기억하지만, 두 옛이야기는 이상할 만큼 비슷하다.

거기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비춰보면 옛이야기는 의미심장하게 읽힌다.

어른들의 무책임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려 온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아이들을 해치는 나쁜 어른들, 그저 ‘조심하라’고만 가르치는 어른들 사이에서 위축되어 온 아이들. 이제 아이들에게는 자신보다 힘세고 거대한 상대에게 ‘나쁘다’고 소리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북돋울 새로운 판타지가 필요하다.
‘헌터걸’ 시리즈는 한국 판타지 동화로는 보기 드물게, 고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본격 판타지다.


김혜정 작가가 3년간 준비한 ‘헌터걸’ 시리즈는 국경과 문화, 성별을 초월하는 신선한 발상, 게임과 영웅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고 있다.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은 그 첫 번째 이야기이며, ‘헌터걸’ 시리즈는 이미 3권 후반부까지 원고가 완성된 상태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과 숨은 능력자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굣길의 바바리맨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악용하는 사기꾼, 피리 부는 사나이까지 현실과 판타지를 누비며 세상의 모든 나쁜 어른들을 응징하는 헌터걸의 활약!


김혜정 작가의 걸스파워 결정판 ‘헌터걸’은 어른들을 뜨끔하게 하고, 10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흥미로운 문제작이 될 것이다.


10대들이 사랑하는 김혜정 작가의 걸스파워 결정판...

나쁜 어른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 낼 새로운 영웅이 온다!!


우리 집 초등생 딸들은 마블 영화에 빠지더니.. 이제는 어벤져스 계보를 달달 꽤고 있다. 어쩌면 그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활약이 돋보였고, 그런 히어로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진짜 있는 일이냐고 물어보는 걸로 봐서는..

무튼.. 책은..

걸스파워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초등 여자아이들에겐... 나만의 우상이 될 듯 싶다.

까만 색 표지에 빨간 색 제목과 화살을 겨냥하고 있는 빨간 머리 헌터걸... 정말정말 강렬한 인상이다..


초5 딸은.. 부담없이 이 책을 읽었고, 초 3 아이도.. 책이 재밌는지.. 한번에 다 읽진 못하고, 나누어서 계속 읽어가고 있다.

대신 중간중간 알지 못하는 어휘들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질문을 하기도 하고..


특히나 책 중간중간.. 컬러 그림이 삽입되어 있어서, 글씨만 읽어야 하는 책에 비해 조금은 더 재미나게 읽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헌터 걸이 되기 위한 기초 훈련이라든가 거울 여신의 모습이라든가..


제목만 봤을 땐.. 외국 작가의 작품인 것 같지만, 국내 작가라서...

등장인물 이름도 한글이름이라 조금은 더 수월하게 읽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지막 본문 페이지 이후 헌터 테스트라는 페이지가 있어서, 나름..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서 더 좋았다. 대신 조금만 더 페이지를 할애해 주었다면, 왠지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큰 애가 초5라.. 더 공감하면서 읽었고.. 그래서 재밌었나보다.

그리고..

제발 아이들에게 나쁜 어른은 이 세상에서 우르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목차


1부 뜻밖의 손님
1. 운명은 반품이 안 되나요? 9
2. 고단한 나날들 18
3. 나도 싫다고요 31

2부 거울아, 거울아
4. 제 점수는요 46
5. 너에게만 알려 줄게 58
6. 굿바이, 토끼 이빨 70
7. 거울 여신의 비밀 81
8. 궁지에 몰리다 92

3부 다시 시작된 훈련
9. 헌터 테스트 106
10. 헌터 vs 피리 부는 사나이 1 23
11. 초록눈의 습격 134
12. 벌거벗은 임금님과 우리들 145

4부 헌터걸의 탄생
13. 진실의 입 158
에필로그: 헌터보이를 만나다 174
헌터 테스트 178





@ 책 속에서


- 열두 살은 운명을 받아들이기에 그리 적당한 나이가 아니다.

식당 의자에 앉은 강지는 주방에서 음식 재료를 다듬는 아빠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휴우. 내가 라푼젤도 아니고."

강지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아빠는 어깨를 움츠렸다.



- 양궁부 훈련이면 억울하지나 않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친구들에게 말할 순 없다. 이게 다 헌터걸인지 뭔지가 되기 위한 수업 때문이란 걸! 요즘 강지는 매일 할머니 집에 가서 헌터걸 수업을 받는다.



- 거울 여신은 인터넷 얼짱 스타다. 거울 여신 홈페이지에 가면 거울 여신의 패션과 일상 사진을 볼 수 있다. 회원으로 가입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면 거울 여신이 외모 점수를 매겨 준다. 단순히 점수만 매기는 게 아니라 예뻐질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기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 강지는 작년에 충치 때문에 치과에 왔었다. 치과는 병원 중에서 제일 무섭다. 하지만 예뻐질 수만 있다면 이깟 무서움은 떨쳐 버릴 수 있다.

~

원래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에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바로 강지 차례가 오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

아, 도저히 안 되겠다. 강지는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 진료실을 나왔다.



- 복도를 걷는데, 살짝 열린 문틈으로 상담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울 여신 효과가 아주 좋더라고요. 이번 달만 해도 애들이 다섯 명이나 찾아왔어요. 승환 씨, 도대체 방법이 뭐예요?"

'거울 여신'이라는 말에 강지의 귀가 쫑긋했다.

"초딩들 꼬시기가 얼마나 쉬운데요. 외모 점수 매겨 주고 예뻐 질 수 있다고 하면 다들 난리예요. 걔네는 거울 여신이 진짜로 있다고 믿어요. 포토샵으로 만든 것도 모르고."



- "아냐. 이번엔 확실해. 내 귀로 똑똑히 들었다니까!"

며칠 내내 강지는 친구들을 쫓아다니며 거울 여신의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강지는 계속해서 거울 여신과 싸우기로 했다. 어떻게 해서든 거울 여신의 정체를 밝히고 말 거다. 그렇게 되면 모든 오해가 풀리고 예전처럼 친구들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

그때 불현듯 떠올랐다. 헌터걸이 되면 거울 여신을 잡을 수 있다! 강지는 두 주먹으로 책상 위를 꽝 내리쳤다.

기다려라, 거울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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