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영혼을 꿈꾸다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1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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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진화된 집단의식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북미 원주민의 전설에는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생명체가 살기 어려워질 때가 되면, 반드시 무지개 전사들이 나타나 생태계를 복원하고 인간들을 구원할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북미 원주민 추장 아첵, 일명 대화를 통해 지혜를 나누는 자와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7인의 인물들이 인연을 통해 만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영혼을 울리는 맑은 이야기이다. 추억의 도시 클리블랜드와 현재의 도시 뉴욕을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스토리가 각 캐릭터의 일인칭 시점에서 모두 전개해 나가는 신선함이 있는 실험적인 소설이며, 개인의식과 집단의식과의 연관성 같은 사회인류학적 내용도 언급되어, 가벼운 사색도 즐길 수 있는 깨끗한 영혼을 가진 책이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우리 인간이란 존재가 바로 지구의 뇌세포가 되기 위해 진화되어가고 있는, 지구상에서 선택된 생명체의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이란 이렇다. 인간들의 개인의식들이 모여 거대한 집단의식이 되고, 그 집단의식이 성숙하면서 조화로운 공명현상을 일으키게 되면, 마침내 지구란 행성 자체도 스스로 생태계 시스템을 조절하며 우주에 긍정적인 주파수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지구의 영혼, 즉 생명체 전체 집단의 영혼이 탄생된다는 이야기이다.

어쩌면 내용이 살짝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저.. 책이.. 술술.. 잘 읽히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궁금해지고 몰입되어지는 게 이 책의 매력인 듯 하다.. 거기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표시할 수 있게 펜을.. 들게 만드는.. 그런 책을.. 만나서 더없이 반가웠던 것 같다.

특히나 작가의 프로필이 독특하다.
이상 문학상을 수여하는 문학사상에 소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소설가이자 정형외과 전문의란다.
간단한 프로필 소개와 저서 몇가지 그리고 작은 전신 사진까지..

책은..
표지만 봤을 땐..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은  분명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 아닌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만큼.. 이국적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금은...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랬다.

그리고.. 저자의 또다른 저서인 '자신의 영혼에 꽃을 주게 만드는 100가지 이야기'라는 책도 좋았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서 좋았고,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정말로 영혼이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더 좋았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마치.. 수필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지친 심신에 작은 위안을 주고플 때.. 내지는 지친 영혼에 양분을 주고 싶을 때...
꼭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나 또한 퀼트 작업 테이블 한 켠에.. 가지런히 두고.. 간간히 꺼내 읽는다...
개인적으로 영혼이 깨끗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책을 마주하는 동안.. 내 자신이.. 마치 산림욕을 하는 듯.. 그렇게.. 스스로.. 맑아지는 느낌을 받아서 참 좋았고, 또 고마웠다. 




@ 책 속에서


1. 리차드

나는 지금도 해부학 실습 꿈을 꾸곤 한다.
철모른 의대 시절의 풋내기 경험이었지만
그때의 새로운 경험과 자극은
지금도 무의식중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
당시의 학생 신분으로서는
고귀한 인간의 정신이 깃들었던
육신의 피폐해진 모습에
경건한 마음과 전율스러움
두 상이한 과정을 느껴야만 했다.
~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엄격한 병원생활이기에 더 그렇지만 하루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교차된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내가, 때론ㄴ 무한한 뫼비우스 띠 위를 달리고 있는 다람쥐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마티

얼마 전 아빠랑 이 곳 클리블랜드로 이사를 왔다.
집 근처에 있는 이곳 이리호수가 바다처럼 넓어서 좋다.
엄마는 뉴욕에서 돌아가셨지만
아빠는 엄마를 엄마의 고향인 이곳에 묻어주셨다.
~
잠시 뒤 아빠가 다가와
갈매기와 함께
나를 살며시 껴안더니 속삭이셨다.
'아가야! 갈매기가 너를 보호해 주었나 보구나..'
죽은 갈매기가 나를 보호해 주었다고?
나는 무슷 뜻인지 몰라 아빠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 엄마의 영혼이 가까이서 너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구나...'
~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엄마가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고
내손을 꼭 잡으며
몇 번이나 말씀하셨다.
나는 알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힘주어 끄덕거렸다.
아빠의 쥐고 있는 손이 무척 따뜻한 날이었다.


3. 마티의 일기장

아빠의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엄마가 꿈에 나타나셨기 때문이다.
어마는 나에게 커다란 날개를 보여주셨다.
등에 있는 하얀 두 개의 날개를..
그것은 마치 내 품에 있었던 갈매기의 날개와 같았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엄마는 천사였다.
'어떻게 엄마를 매일 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나는 꿈 속에서 엄마에게 물었다.
'걱정마라 아가야. 난 항상 네 마음 속에 있단다.'



4. 리차드와 마티

그녀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는 것을 그만두고, 그녀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마티 맞지? 나는 리차드야. 찰스 할아버지 손자."
"안녕하세요. 아빠가 꼭 만나보라고 해서 나왔어요."
~
"나는 마티와 같은 레이크우드 고등학교를 나왔어. 마티의 학교 선배인 셈이지."
"네, 들었어요. ..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네요. 혹시 이 곳에서 자주 뵌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죠?"
"맞아. 고등학교 때부터 이곳에 그림을 그리려고 가끔 왔었는데, 그때마다 마티를 본 것 같아."
~
그렇다. 내가 초등학생인 그녀를 처음 본 곳이 바로 이곳 웬디 공원이었다. 나는 그때 그림 그릴 장소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그녀를 발견했다. 공원 가장자리에 앉아서 작은 무덤 같이 봉긋 솟아있는 땅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한 소녀, 바로 마티였다.
~
그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만들어 낸 순간적 방응이었지만, 이렇게 말을 꺼내자 마음 한구석이 아파오고 씁쓸했다.



5. 아 첵

요즘 들어 명상을 하면서도 피곤함을 느낀다.
정신 집중도 예전 같지가 않다.
내 영혼도 몸과 함께 같이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아첵이라는 이름은 영혼을 뜻한다.
생명체들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해야 한다며
할아버지께서 내가 태어나자 지어주신 이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아주 강했다.
부족의 추장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족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긴 했지만
내 이름과는 다르게
말썽을 많이 부리고 제멋대로 행동했다.
~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고
성인식을 치르고 나서부터
내 성격이 조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북미 원주민들의 성인식은 부족마다 다르다.
우리 부족은 보름달이 뜨면
모닥불을 피우고
경건한 성인식 춤을 추면서
어머니 자연에 경외심을 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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