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양장 특별판)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콩(책과콩나무)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헬멧 속에 자신을 숨겼던 아이 ‘어기’가 처음 만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며 진짜 자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탄탄한 구성과 개성적인 인물, 흥미로운 스토리는 작가(R.J. 팔라시모)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간 후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성원으로 즉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나라에도 2012년에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아름다운 아이』(책과콩나무)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은 물론 여러 정부기관이나 독서단체들로부터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나온 『원더』는 성인 독자들을 위한 양장 특별판으로 제작된 것이다.

 
『원더』 출간 후 지금까지 118주 연속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 후 전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되어 500만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줄리아 로버츠, 제이콥 트렘블레이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 12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 잭이 처음으로 어거스트를 만나게 된 바로 그 장면처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어거스트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보고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작가도 잭의 보모였던 베로니카처럼 두 자녀를 데리고 있었고,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는 아들 때문에 유모차를 몰고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연치 않게 나탈리 머천트의 〈원더〉라는 노래를 듣고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니, 어찌 보면 이 이야기의 탄생 자체를 ‘기적’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 책은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열 살 소년 어거스트 풀먼이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일 년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어거스트가 안면기형이라는 자신의 장애, 얼굴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편견, 아이들의 끈질긴 괴롭힘을 불굴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친구의 우정의 힘으로 극복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얼굴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던 어거스트에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다. 언제나 부모의 보호 속에서만 자라게 할 수 없다는 엄마 아빠의 결정에 난생처음으로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어거스트는 헬멧을 벗고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가족 품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사람의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을 쉽게 단정하고 평가해 버리기도 한다. 어거스트의 끔찍한 얼굴을 보고 괴물이라고, 전염병을 옮기는 병균이라고 피해 다니고 따돌리기도 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어거스트의 얼굴 뒤에 숨겨진 진면목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거스트가 얼마나 똑똑한 아이인지,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인지, 얼마나 섬세한 아이인지 알지 못한다.


주인공인 어거스트를 비롯해 어거스트라는 태양의 괘도를 도는 다섯 인물(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까지 모두 여섯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찌 보면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거스트의 이야기가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전혀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앞부분에 나왔던 사건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전개가 되면서 더 심도 있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 주고 뜻밖의 반전을 이루어 궁금증을 자아내며 작품을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들어 준다. 무엇보다 독자 입장에서는 결국 여섯 사람 모두의 입장에 공감하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누니 캐릭터가 아닌 어거스트의 누나인 비아나 친구인 잭처럼 때로는 갈등하고 배신 아닌 배신을 하는 사실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캐릭터들로 인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거스트의 경우는 ‘안면기형’이라는 장애를 지녔지만, 비단 장애뿐일까.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요즘 세상에 뚱뚱해서, 못생겨서, 혹은 생김새가 달라서 등등, 우리 주위에는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는 수많은 ‘어거스트’가 존재한다.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어거스트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까닭은 어느 때고 어거스트를 응원해 주는 이들이 나타나리라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터시먼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여유가 있어서 친절을 베푸는 게 아니라, 친절을 선택하는’ 그런 이들이 많으리라는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거스트 풀먼의 금언처럼 누구나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 헬멧을 벗고 세상을 극복한 어거스트가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며, 이 세상의 온갖 오해와 편견에 맞서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어거스트’들에게도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옮긴이의 바람처럼 나 또한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싶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책콩 어린이 48권으로 만난 '아름다운 아이 샬롯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더랬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낯설지 않았다.


샬롯이야기는 200여페이지 남짓이었지만, 이 책은 성인 독자를 위한 특별판이어서 그런지 페이지도 많고 또 양장본으로 제본되어 있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읽기 전에 초5 큰 애가 먼저 읽었더랬다.

안면기형이라는 게..

지금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곳에서는 가끔 다운증후군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었고, 가끔 그 아이들을 보며 딸들은 눈을 떼지 못하거나 신기하게 생각했다. 어쩌면 안면기형까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얼굴 모양이 특이하다보니.. 이 책을 읽으며.. 스치듯 지나갔던 그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책은 페이지가 많긴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듯 싶다.

책 말미에 부록 페이지가 좋았고, 옮긴이의 말 페이지도 좋았다. 대신.. 작가의 말 페이지가 없는 게 살짝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주인공인 어거스트의 관점뿐만 아니라 준 친구들의 관점에서 글을 쓴 게 왠지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작가의 배려같다는 생각이 들었서 그 점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번역이 참 잘 되어 있는 덕분인지 책에 금방 몰입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재미와 감동..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읽어보길 바란다.




@ 목차


제1부 어거스트 ...9
제2부 비아 ...137
제3부 서머 ...195
제4부 잭 ...217
제5부 저스틴 ...291
제6부 어거스트 ...321
제7부 미란다 ...365
제8부 어거스트 ...385

부록 ...479
옮긴이의 말 ...485




@ 책 속에서



- 평범한


나는 내가 평범한 열 살 소년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평범한 일을 한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 그런 것들은 나를 평범한 아이로 만들어 준다. 그렇다. 나는 평범하다고 느낀다.

~

만일 요술 램프를 찾아서 한 가지 소원을 빌 기회가 생긴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얼굴을 갖게 해 달라고 빌겠다.



- 죽다가 살아난 사연


내가 엄마 배 속에서 나왔을 때, 분만실은 일순 고요에 휩싸였다. 엄마는 아예 내 얼굴을 보지도 못했다. 친절한 간호사가 곧바로 나를 안고 나가 버렸으니까.

~

이튿날, 내가 그날 밤을 넘기고 살아남자, 의사들이 처음으로 나를 데려왔을 때 엄마 손을 꼭 붙잡아 준 사람도 바로 그 간호사였다.

~

덧붙이자면, 우리 엄마는 미인이다. 아빠는 잘 생겼다. 누나는 예쁘다. 혹시 궁금해할가 봐.



- 잭 윌, 쥴리안, 그리고 샬롯


어렸을 때는 처음 보는 아이들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 아이들도 나처럼 꼬맹이였으니까. 어린애들이 좋은 점은 더러 기분 나쁜 말을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전혀 악의는 없다는 거다. 더구나 어린애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큰 아이들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안다. ~ 작년부터 길게 머리를 기르기 시작한 이유도 앞머리가 눈을 가져 주기 때문이다. 앞머리가 길면 보기 싫은 것들을 가리고 싶을 대 써 먹기 좋으니까.



- 자물쇠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책상에 앉는 동안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책상이 칠판을 향해 반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맨 뒷자리 중에서도 가운데를 골랐다. 그래야 아이들의 시선을 덜 받을 테니까.

~

선생님이 모두를 보며 싱긋 웃었다. 왠지 나를 향해 제일 많이 웃어 준 것처럼 느껴졌다. 가르시아 선생님의 반짝이는 미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오는 평범한 미소였다.

~

게다가 내가 한 번 만에 자물쇠를 열자 완전히 폭팔했다. 더 웃긴 건, 우리 사이에 책가방만 올려놓지 않았어도 내가 기꺼이 도와줬을 거라는 사실이다.



- 1에서 10


엄마는 내 기분을 물을 때 항상 1에서 10 중에 몇인지 묻는 버릇이 있다. 예전에 내가 턱 수술을 받는 뒤부터 생긴 버릇인데, 그때는 입을 철사로 동여매 놓아서 아예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턱을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들려고 내 가슴에서 뼛조각을 하나 가져다가 턱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 터라, 아픈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

왜 엄마한테 화가 나는지 솔직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랬다. 에임스포트 가를 건너 우리 집이 있는 골목에 이르자, 엄마가 다시 물었다.

~

"착한 것 같더구나."

"응, 착해."

"예쁘게 생겼던데."

"응, 알아. 미녀와 야수지."

나는 엄마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다. 있는 힘껏 돌멩이를 걷어찬 뒤 힘차게 굴러가는 돌멩이를 쫓아 보도를 내달렸다.



- 치즈 터치


사람들이 차츰 나에게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아무도 내 몸에 손을 대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은 얼마 전에야 알았다. 어차피 중학교에서는 서로 몸을 부딪치며 돌아다닐 일이 없어서 처음에는 그런 줄도 몰랐다.

~

갑자기 트리스탄의 가루가 녹기 시작했다. 트리스탄이 가열판에서 은박지를 막 떼어 내려는데, 때마침 내 갈도 녹기 시작해서 나도 은박지를 떼어 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백분의 일 초나 됐을까. 어쩌다 보니 내 손이 트리스탄의 손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기겁을 한 트리스탄이 얼마나 후다닥 손을 뺐는지, 자기 은박지는 물론이고 다른 애들의 은박지까지 몽땅 가열판에서 떨어뜨리고 말았다.

~

'윔피키드'에 나오는 '치즈 터치'가 떠올랐다. 그 책에서 아이들은 길바닥에 붙은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를 만지면 세균에 감염된다며 벌벌 떤다. 우리 학교에서는 내가 바로 그 곰팡이가 핀 오래된 치즈다.



- 아이스크림 가게


아무튼 내 기억으로는 그날이 동네에서 어거스트를 처음 본 날이었다. 그 뒤로도 어거스트를 여러 번 보았다. ~ 하지만 헬멧을 쓴 애가 바로 그 애라는 걸 항상 알고 있었다. 우리 동네 애들은 그 애가 어거스트라는 것을 다 알았다. ~ 그 애는 우리 이름을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그 애의 이름을 알았다.

그 애를 볼 때마다 베로니카 누나가 했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자꾸 몰래 힐긋거리지 안으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 애를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가 힘들다.



- 입학식 날 어거스트와 같이 앉지 않은 까닭

그래, 나는 완벽한 위선자다. 나도 안다. 첫날, 식당에서 어거스트를 본 기억이 난다. 모두 어거스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거스트에 대해 수군그렸다.

~

그래서 내 앞에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을 때, 어거스트 혼자 식탁을 지킬 줄 뻔히 알면서도 옆에 가고 싶지 않았다.

~

"정말 기분이 이상해.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게.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말이야."

어거스트가 씨익 웃었다.

"그렇게 생각해?"

어거스트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덧붙였다.

"나의 세상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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