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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 듣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0
이주혜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제목을 보고도 어떤 내용일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던 건 내 무지 탓이다. ‘꼭두’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떤 존재려니 짐작했을 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또 하나의 낯선 세계를 알아간다. 꼭두는 한국 전통 장례 문화에서 상여를 장식하던 나무 인형을 일컫는다. 사람, 동물, 상상 속 존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상여 구석구석을 채운다. 망자가 저승으로 떠나는 외롭고 두려운 길에 동행하며 위로하고, 악귀를 물리쳐 안전하게 인도하는 수호신이자 동반자였던 것이다. 꼭두가 엄숙한 존재뿐 아니라 악대, 광대, 무당, 그리고 평범한 이웃들의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이야기는 한 목수가 꼭두를 만들며 시작된다. 정교하게 조각해야 할 꼭두를 어쩐 일인지 귀만 큼직하게 깎아내고는 '큰귀'라는 이름을 붙인다. 소설은 이 커다란 귀를 가진 꼭두가 오랜 시간 묵묵히 들어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전개된다.
꼭두는 긴 세월 동안 어떤 목소리들을 품어왔을까. 자신을 만든 목수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아내를 어떻게 만나 사랑했는지 그려지는 대목은 너무나 따스했으나 행복도 잠시 이내 안타까운 사별이 찾아온다.
목수의 손을 떠나 그의 딸에게로 흘러들어가면서 꼭두가 보고 들은 이야기는 가슴이 시리도록 아프게 다가온다. 그 묵직한 서사 속에서 이 작품이 5·18 민주화운동에 바치는 깊은 애도임을 느꼈다.
6장에 이르러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등 각 지방의 상엿소리가 겹겹이 울려 퍼질 때, 망자를 위한 통곡이자 거대한 진혼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귀뿐인 꼭두는 이제 또 누구의 한탄과 슬픔을 들어야 하는가. 듣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을 꼭두에게도 해방의 날이 올 수 있을까.
🔖당신, 듣는 꼭두 '큰귀'에게 죄를 속삭였다면, 그리하여 죄의 무게가 모래알 하나만큼이라도 줄어들었다면 부디 자비를 베풀어 당장 그의 귀를 잘라다오. 그럴 용기마저 없다면 가엾은 그의 귀 앞에서 비겁한 입을 잠시 다물길. 그 잠시의 답답함을 듣기의 고통에 견줄 수는 없으므로. 그렇게 해방은 또다시 불가능을 향해 한 발 가까워질 것이고 우리는 잠시 묵음으로 합창할 것이다.
작년 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던 <꼭두 기증특별전>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혹시 작가님이 전시장에 놓인 꼭두들을 마주하고 이 이야기를 구상한 것은 아닐까 근거는 없지만 나름 합리적인 추측을 해본다.
꼭두를 매개로 두 세대에 걸친 아픔을 담아낸 이 작품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다. 작가의 필력 덕분에 문장은 거침없이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묵직한 메시지 앞에서는 마음이 먹먹해진다. 꼭두라는 낯선 존재를 통해 오래된 슬픔을 불러내고, 듣는 행위로 그 아픔을 온전히 마주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토록 깊은 애도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작가만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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