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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서 아름다운 - 끝내 사랑으로 남는 순간들
이승원 지음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처음 책을 받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아름다운 만듦새였다. 띠지가 책의 위쪽을 감싸고 있는 형태는 조금 낯설면서도 감각적이었다. 띠지를 벗겨내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서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처럼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하얗게 덮어 잠시 사라지게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졌다. 사라짐이 꼭 상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여울 작가와 진은영 시인의 추천사도 꼼꼼히 읽었다. 그중에서도 정여울 작가의 ‘부디 천천히 읽어주시길’이라는 당부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사진 에세이만큼 술술 읽히는 장르도 없는데 얼마나 천천히 읽어야 할까.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늦췄다. 한 문장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으려 글자 하나하나를 눈에 꾹꾹 눌러 담듯 읽기 시작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 그리하여 삶은 이도록 달콤할지니’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첫 페이지에 등장한다. 우린 왜 지나간 것들을 아쉬워하며 그리워할까. 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달콤해지는 것일까. 그때는 알지 못했던 순간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한다. 어쩌면 삶이 달콤한 이유는 모든 순간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진을 보고 그림 같다고 말하고, 그림을 보고 사진 같다 말한 적이 있다. 돌담 위로 눈을 소복이 뒤집어쓴 동백나무 사진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라 한참을 들여다보며 오래 머물렀다. <설동백 아래에서>는 제주의 돌담과 동백나무가 만들어내는 겨울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사진은 작가의 시선이다. 같은 풍경을 마주해도 누군가는 무심히 지나치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 특별한 순간을 발견한다. 어떤 사진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일까. 개인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오래 바라보게 되는 사진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다.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거나,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오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건드리는 순간 말이다. 어쩌면 좋은 사진이란 무엇을 담았느냐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어떤 마음을 남기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중심으로 한 책일 거라 생각했지만, 에세이스트로서의 깊은 사유와 밀도 있는 문장들이 함께 담겨 있었다. 작가는 카메라를 통해 풍경을 담아내지만, 그 안에는 풍경을 마주한 사람의 마음과 시간이 함께 머문다. 그래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편의 추억이 되고, 때로는 오래 잊고 있던 감정을 불러낸다. 읽는 내내 ‘아련함’이 묻어났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우리는 사진을 찍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사라져서아름다운 #이승원 #김영사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