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절터 - 한국의 폐사지를 돌아보다
신정일 지음 / 디오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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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경주 감은사지를 방문했을 때 당혹스러웠다. 명소라고 해서 찾아간 곳엔 두 개의 석탑과 석재 몇 점이 다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과연 무얼 봐야하고 느껴야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사지를 갈 때면 늘 드는 의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사라진 옛 절터에서 무얼 보고 어떤 걸 알아야하는지 호기심이 일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가장 고상한 즐거움은 이해의 기쁨이다"라는 말이 머리말에 나온다. 이해의 기쁨을 누리고 싶은 맘에 덥석 책을 집었고 책장을 넘겼다.

표지 사진에 등장하는 탑은 합천 영암사지에 있는 삼층석탑이다. 합천은 해인사만 가봤는데 이런 곳이 있었다니 역시나 아는만큼 보일 수밖에. 영암사지 삼층석탑은 신라 석탑 양식을 따르며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삼층석탑과 더불어 아름다운 쌍사자 석등이 자리하고 있다. 석축은 천년의 세월을 견딘다. 그래서 사지에 남은 건 거의 석축이 아닌가 싶다.

불교가 들어온 뒤 삼국 시대를 거쳐 고려로 이어지면서 절도 흥망성쇠를 겪었다. 나무로 지은 건물들은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석축만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가끔 이름난 절을 찾곤 하는데 폐사지를 찾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모르기 때문에 가치를 몰랐던 것이다.

많은 폐사지 가운데 특별히 선정한 곳을 강원도,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지역별로 나눠 소개한다. 가본 곳이 두어 군데 되고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가보고 싶은 곳도 생긴다. 절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탑, 승탑, 석등, 법종에 대한 구조와 명칭이 그림과 함께 안내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아름다운 자연이 품은 사찰이 많아 발걸음을 하는 것만으로 평온해질 때가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사라진 절터에서 우린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대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곳을 거닐며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고 문학과 철학으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사지에서 무얼 봐야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이 가을 옛 절터에서 사색하며 시간 여행을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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