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문 너머 예술 - 창을 품은 그림, 나를 비춘 풍경에 대하여
박소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평점 :
#도서협찬
기억 저편에 선명하게 아로새겨진 창문이 있는지 자문해 본다. 사실 창문 그 자체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그 창문 너머의 풍경, 순간의 감정들이 어우러져 기억에 남는 것이겠지.
‘Window’의 어원은 스칸디나비아의 고어에서 찾을 수 있다. ‘바람’을 뜻하는 ‘wind’와 ‘눈’을 의미하는 ‘eye’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바람의 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바람이 자유로이 통과하고, 그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내다볼 수 있는 창문의 본질적인 기능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창문의 상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샤갈은 아내 벨라를 향한 사랑을 창문에 빗대어 표현했다. ”나는 창문을 열어 두기만 했다. 그러면 그녀가 하늘의 푸른 공기, 사랑, 꽃과 함께 스며들어 왔다. 그녀는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로 날아다녔다.“ 사랑에 빠진 이의 눈에는 창문 하나조차 예사롭지 않은 영감의 통로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창문은 동경과 호기심의 이미지다. 창문을 그저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내다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은 끝없는 동경과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동시에 창문은 기다림의 공간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본 사람은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창문은 그렇게 우리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된다.
창문이 나오는 그림을 한데 모았다는 데 먼저 궁금증이 일었다. 창문이 중심이 된 그림도 있고 부차적인 배경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 자체에 집중하여 공간의 입체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림도 눈에 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창문 밖에 유령 같은 소년이 있는 그림도 인상적이다. 여러 크기의 창과 벽을 통해 열반에 이르는 길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안도 다다오와 쩡판즈 콜라보 작품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p.170
창문 너머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걸어 나가면, 이 방대한 세상에서 나 자신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니었는지 깨닫게 된다. 모든 것들에 그저 감사한 마음만 남는다.
알피 케인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리는 공간이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의 정신적 탈출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확실히 예술은 그런 힘이 있다. 창문이 있는 그림들을 감상하는 동안,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영혼의 평온을 얻는 듯한 ’탈출구‘를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선 위안과 치유의 시간이다.
창문이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때로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지만, 쏟아지는 빛과 바깥 풍경이 작품과 어우러져 더욱 완벽한 감상 경험을 선사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국제 갤러리를 추천하고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대전 이응노미술관이다. 공간에 반해 종종 찾는 미술관이다.
이 책은 단순히 창문이 등장하는 그림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림을 찾아 떠나는 저자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예술 기행문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림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주는 의미 또한 남다르다. 때때로 언급되는 책과 영화 이야기 또한 대채롭다. ’복합문화공간 같은 책‘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창문을 통해 세상을 보고, 예술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창문너머예술 #박소현 #문예춘추사 #예술 #그림 #창문 #책리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