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로 읽는 서양 미술사
캘리 그로비에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뱅크시를 유명하게 만든 일화가 있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풍선과 소녀>이 15억에 낙찰되었다. 낙찰과 동시에 경고음이 울리며, 그림이 액자 밑에 설치된 분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계자들이 급히 분쇄를 멈췄을 때는 이미 작품의 절반이 잘린 상태였다. 놀라운 건 구매자는 작품을 그대로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후 <사랑은 쓰레기통에>로 제목을 바꾼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분쇄되기 전보다 비싼 301억에 다시 낙찰되었다.

뱅크시는 현대 미술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그 영향력도 대단하고 위트 있으면서도 메시지까지 전달하니 전세계가 그를 주목하는 것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뱅크시의 도발은 어디까지인가? 이 책을 통해 그의 재기발랄한 작품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고전을 훼손해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해설을 읽으며 서서히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걸작은 미술관에 무기력하게 축 늘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이전의 방식으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 뱅크시는 조금은 거친 방식으로 현실적인 본성을 끄집어 냈다. 결코 작품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진가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정교하게 재구성했다. 뱅크시 손에서 재해석되고 새롭게 탄생했다.

뱅크시가 누군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워낙 빠른 속도로 그리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프레이 캔으로 그렸을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려 붙잡힐 위험도 컸다. 그는 현재 “더 빨리 작업하고 도망가기‘위해 스텐실 기법을 사용한다. 미리 도안을 제작하기 때문에 좀더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빠른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 책에서 뱅크시가 재해석한 서양 미술가의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가 이런 행위를 통해 진짜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의 그림이 난해한 건 아니다. 하지만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 있으니 이해하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피상적인 접근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달까. 앞으로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요근래 뱅크시 전시가 자주 들어온다.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좋겠지만 조금이나마 알고 가면 이해의 폭이 더 크지 않을까 싶어 유심히 봤던 책이다. 뱅크시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전시 관람이 예정된 분이라면 미리 읽어두면 좋을 듯 싶다.


#뱅크시로읽는서양미술사 #켈리그로비에 #아르카디아 #예술 #뱅크시 #그래피티아트 #책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