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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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꽤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번 소설에도 관심이 갔다. 작가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와 솔직한 대사도 맘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다룬다는 점도 호감을 높였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혼을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늘 사소한 문제로 시작하지만 그동안 쌓이고 쌓인 게 터져 때론 심각해지기도 한다. 이 나이쯤 되니 반쯤은 포기하고 반쯤은 인정하며 사는 지혜도 생겼다.

58세 스미코는 친구로부터 상중엽서를 받는다. 부모님이 아니라 남편이 죽었다고? 그 소식을 듣자마자 스미코는 난데없이 '부럽다'는 감정이 솟아난다. 그런 자신이 당혹스럽긴 했지만 본심이었다.

스미코는 남편이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이혼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이혼을 매일 떠올려보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주위 시선도 신경이 쓰인다. 말이 쉽지 이혼이 그리 간단한가!

소설을 읽으면서 놀랐던 건 우리나라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명과 지명만 바꾸면 우리나라 소설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아무렴 아내를 함부로 막 대하는 남편은 세계 어디에나 있겠지!

스미코가 이혼에 가장 걸림돌로 생각하는 건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정규직이기만 했어도 그리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을 테니. 의외로 남편은 순순히 이혼에 동의한다. 단 재산은 한 푼도 나눠줄 수 없단 조건으로.

스미코가 어떤 절차를 밟아 이혼에 이르게 되는지 지켜보는 게 이 소설의 묘미다. 황혼이혼이 느는 요즘,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짚어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 그런지 몰입도 감정이입도 최고다.

작가 이름 잘 외워두어야겠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섬세한 시선으로 잘 그려내는 것 같아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신간 읽자마자 다음 신간이 기다려지는 작가를 만난 것도 복이다.

P.9
정말 미안해, 마사요. 부럽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지만 말야, 일찍 떠나주는 것만큼 아내를 위하는 길이 또 있겠어?

P.10
내 친정엄마도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나서야 젊음을 되찾았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봄날을 마음껏 누리는 듯 생기가 돌았다.

P.27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남편의 죽음을 무작정 신에게 빌기보다는 차라리 이혼하는 편이 빠르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돈이 없다. 혼자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문제는 항상 이것이다.

​P.96
문득 이 채소들이 아내라는 존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냄비에서 넘칠 것 같은 싱싱한 채소를 억지로 꾹 눌러서 비좁은 공간에 가두고, 수분이 빠져 숨이 죽어 작아지기를 기다린다...... 그건 바로 여자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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