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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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나혜석과 후미코를 그린 표지가 일단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우 목도리를 두른 나혜석과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옆구리에 낀 후미코. 일등칸에 탄 식민지 여성 나혜석과 삼등칸에 탄 제국 여성 후미코. 이 둘의 여행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여행 이야기는 늘 매력적이다. 하물며 일제강점기 시대의 여성이 쓴 여행기 아닌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다. 지금도 쉽지 않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넘어가기. 듣기만 해도 설레는 스토리임엔 분명하다.

나혜석은 1927년 남편과 함께 구미여행을 떠난다. 일등석에 탄 이유는 단둥현 부영사로 지낸 남편 김우영에게 포상으로 주어진 여행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포상휴가 정도가 되겠다. 이런 여행이라면 아이 셋을 맡기고서라도 떠나야 맞는 거다. 반면 후미코는 1931년 나홀로 유럽여행을 떠난다. 자비로 떠나는 배낭여행이기에 후미코는 삼등석을 타야만 했다. 출판사에 글을 보내 원고료를 조금씩 받긴 했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던 걸로 보인다.

각자 여행을 마치고 나혜석은 <구미여행기>를, 후미코는 <삼등여행기>를 남겼다. 나혜석은 당시 도쿄미술전문학교를 나온 유학파 엘리트였고 후미코는 작가로 발돋움하는 시기였다. 공통점은 둘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단, 나혜석은 일등칸을 이용했고 후미코는 삼등칸을 탔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그 차이점이 다른 결과물을 내놓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둘의 여행기가 함께 실려 있다보니 비교가 자연스레 될 수밖에 없다. 나혜석은 좋은 대접을 받으며 만나는 사람마저 고위급 인사들이고 후미코가 만나는 사람은 매춘부, 집시 등 꽤나 다양하다. 나혜석의 글이 일정을 기록한 보고서 느낌이 강하다면 후미코의 글을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일기와 같다. 나혜석의 글은 이미 접한 적이 있어 새롭게 다가오지 못한 반면 후미코의 글은 처음이라 인상적으로 읽었다.

동시대를 살아간 두 여성의 여행기를 통해 각자의 관심사, 고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지금도 이런 일정으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시절에 이런 여행을 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특히나 삼등칸을 이용해 유럽의 민낯을 보는 여행을 한 후미코의 여행기는 인상적이었다. 따로 읽어도 충분히 재밌을 여행기인데 이런 기획으로 묶어놓으니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또한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유럽에 갈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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