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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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하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저자는 책 수선가다. 책 수선가는 망가진 책을 수선한다. 책을 수선한다는 것은 그 책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로 책 수선을 한 지 8년째라고 한다. 이 책은 리디셀렉트에 연재했던 글 29편에 새로 쓴 9편을 더했다. 말하자면 책 수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마다 책에 담긴 추억은 다르나 책을 아끼고 되살리려는 맘은 한결 같다. 책이 망가졌다고 해서 추억까지 흠집이 나는 건 아니다. 어쩌면 더 애틋해질 지도.

지금은 활용도가 없어 보이는 국어대사전을 맡긴 첫 의뢰인의 다정한 말이 내게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어렸을 적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정이 쌓여 마치 친구와 같은 책, 내게도 그런 책들이 있다. 이사할 때마다 조금씩 정리를 하는데도 용케 살아남은 책들.

책 수선가는 끊어진 책과 사람을 다시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라는 표현이 딱 맞다.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책을 맡기는 의뢰인들은 거의 동일한 요구를 한 가지 한다.

'책 속에 남아 있는 낙서는 지우지 말 것'

그들에게 낙서는 지우고 싶은 훼손이 아니라 추억이고 그 책을 경험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 흔적을 간직함으로써 특별한 기억 장치가 작동되고,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나만의 책이 되는 것이다.

사실 책이 낡아지면 다시 구입하는게 제일 간단하다.(절판 제외)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수선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책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리라.

책이 심하게 파손되었다는 건 어쩌면 그만큼 손을 많이 탔다는 이야기가 된다. 늘 가까이에 두고 즐겨 읽었다는 증거다. 때론 엄마 같고 때론 친구와 같은 책!

명품만 수선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책들이 있다. 책 수선가는 사그러져가는 책에 온기를 불어 넣는 직업이다. 책이 튼튼해진 만큼 추억도 더 오래 머물게 될 것이다.

수선한 책에 얽힌 사연들이 하나 같이 따스하다. 책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 듯 싶다. 책을 읽고 보니 낡은 내 책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p.30
일단 종이가 갈색으로 변할 만큼 긴 세월 동안 잊지 않고 간직해온 사랑, 책등이 떨어져나가고 곳곳이 찢길 만큼 자주 펼쳐보았던 사랑, 곳곳에 이런저런 낙서를 했을 만큼 늘 가까이에 두었던 사랑, 그리고 아마도 좋아하는 과자와 함께여서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을, 그런 사랑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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