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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죽창으로 찔러 죽이기 전에
이용덕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8월
평점 :
제목이 강렬하다. 작가는 혐한으로 물든 일본 사회에 반격을 가하려는 여섯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혐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혐오’를 악용하기도 한다.
P.43
일본의 평온과 질서에 끈질기게 시비를 거는 무리에게는 이렇게 말합시다. ‘고 홈’이라고. 돌아가십시오. 각자의 조국으로. 다른 나라에 혼란을 초래하지 마십시오, 라고 말입니다. 일본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혐오’가 정치가 되는 사회 나아가 이름모를 증오가 퍼져나가는 세상을 향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가까운 미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지금 일본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더 암울하게 느껴진다. 날로 심해지는 혐오와 차별의 세상, 반격 말고 진정한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재일동포와 순수 일본인을 구별하는 방법에서는 소설 속 표현대로 그런 테스트가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행위인지 다시 한 번 경악하게 한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100% 허구가 아님을 알기에 아찔하다.
p.65
“어딜 가든 차별과 박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에요. 원래 노예였던 자들이 노예제를 만들고, 내전을 일으키고, 예전에 선거권을 빼앗겼던 사람들이 다른 소수파에게서 선거권을 빼앗죠. 지금 있는 곳에서 차별과 박해에 맞서는 편이 훨씬 효울적이고 진지해요.”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이화다. 그는 청년회 멤버와 한국으로 건너가 마을을 세울 계획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소망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길 것이고 그것이 또다른 역사가 될 것이라고 꿈꾸고 있다.
P.90
이 세계를 움직이는 거야. 우리들이 사는 이 거대한 구체를 어떻게든 움직이는 시작점이 되는 거야. 저마다의 목소리를 시로 만들거나 그림으로 만들거나 조각으로 만들거나 소설로 만듦으로써,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바꾸어봄으로써, 이 거대한 행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움직여볼 수가 있어.
그들의 한국행은 도피가 아닌 개척, 굴복이 아닌 시작, 슬픔이 아닌 투쟁심, 의지를 관철한 결과로, 위대한 과정일 거라 생각했다. 배를 타고 부산으로 넘어오면서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배에서 뛰어내린 듯 보였다. 오는 과정부터 조사를 받고 취조를 당하고 쉽지는 않았지만 시골에 도착하자 주민들의 환대가 이어진다. 이런 과정들을 이화라는 여성은 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고 있다.
또 한 명의 희생자가 나온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 마야. 오빠는 동생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가치를 빛내고 싶어한다. 헤이트 크라임으로 인한 재일 한국인 희생자! 허무한 죽음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여러 인물이 교차되며 촘촘히 이어진다. 한일해빙무드를 타고 여론은 바뀐다. 누구의 노력도 아닌 그저 시대의 흐름일 뿐이다. 혐오와 차별은 순식간에 다른 대상으로 옮겨간다. 혐오의 시대에 걸맞는 소설이 나온 듯 하다. 혐오의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오래토록 기억될 작품이다.
본 서평은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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