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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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2장 반에 걸친 찬사들이 쏟아진다.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기에,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읽기 시작한다.

소설 속 배경은 스톡홀름에서 거리가 좀 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작은 도시다. 새해 이틀 전날, 은행에 권총을 든 강도가 침입해 6천5백 크로나(약 88만 원)를 요구한다. 그런데 하필 그 은행은 현금 없는 은행이었고 경찰이 출동하자 겁에 질린 강도는 어느 아파트 오픈하우스 현장으로 도망치게 된다. 상황이 은행 강도에서 갑자기 인질범으로 바뀌면서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는데...

소설은 친절한 상황 설명으로 시작된다. 인질극이 벌어졌으며 은행 강도이자 인질범은 사라진 상태다. 경찰서 조사실에서 목격자 진술이 이루어지는데, 그들간의 대화가 아주 가관이다. 경찰이 묻는 말에 대답하기는 커녕 자기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오히려 경찰을 나무란다.

마치 부조리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시작하며 슬슬 범인 찾기에 동참한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조사를 받으며 그날에 있었던 일의 전말이 밝혀진다.

그러나 그들은 범인을 찾는데 협조할 맘이 전혀 없다. 사실 그들은 어리바리한 인질범을 돕기로 한다. 인질극을 벌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딱한 상황에 저절로 맘이 움직인 것이다.

p.231
“죄송합니다.” 은행 강도가 아까보다 더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시작됐다. 은행 강도가 아파트에서 탈출하게 된 사연이. 은행 강도는 그 말을 할 필요가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를 용서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스톡홀름’은 증후군이 될 수도 있다.

“이건 다리와 바보들과 인질극과 오픈하우스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작가는 책 본문을 통해 여러 번 바보들의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콤플렉스와 번민과 불안이 있다. 이 시대를 사는 누군들 이런 문제 하나 없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번역자가 뽑은 프레드릭 배트만의 매력은 유머라고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무겁지 않게 포장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말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의 매력에 푹 빠져 본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쓰고 싶은 게 세 가지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일상 이야기, 둘째는 코미디, 마지막이 밀실 미스터리. 시종일관 유머를 놓치지 않았고 반전의 재미까지 더했다. 왜 이 소설이 단번에 인기를 끌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공포 속 희망, 비극 속 유머, 혼돈 속 우아함, 웃음 속 눈물이 황홀하게 쏟아져내린다고 찬사를 보낸 이유를 책을 덮을 때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말하는 대로 세상의 바보들이다. 그렇기에 서로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며 함께 살아갈 때 세상은 더 살만한 곳이 된다.

p.473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 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 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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